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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CCTV만으로 아동 성범죄 막을 수 없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경찰의 협조를 얻어 전국 유치원과 초ㆍ중ㆍ고교 주변의 차량 과속과 불법 주ㆍ정차 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아동범죄 예방을 위해 CCTV 설치를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유괴와 성폭력 등 각종 범죄를 예방하고자 연내에 통학로 등에 CCTV를 현재 4천419곳에서 1만4천765곳으로 확대해 설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같은 행안부의 발표가 있은 직후 지방자치단체는 앞다퉈 학교앞에 CCTV를 설치하겠다고 법석을 떨었다. 수원시도 학교 폭력과 아동성범죄 예방을 위해 관내 모든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에 CCTV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것도 당장이 아니라 올해 안에 순서대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학부모 표를 모으기 위한 속보이는 선거전략 쯤으로 들렸다.

그렇다면 행안부나 수원시 등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밝혔듯이 CCTV가 아동 성범죄 예방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서울 영등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납치돼 성폭행을 당한 여자 어린이가 사건 당일 범인 김수철에 의해 학교에서 납치되는 장명이 방영돼 충격을 줬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렇듯 CCTV가 범행장면을 잡고도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는 점이다. 집에 도착할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 딸을 찾으로 급히 학교에 달려간 어머니는 CCTV를 확인하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학교측은 CCTV 담당자가 자리에 없어 확인이 안된다고 했다.

뒤늦게 확인된 CCTV 화면은 A양의 성범죄를 예방하기에는 너무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어린이의 아버지는 CCTV 화면에서 범인이 9시쯤부터 학교 건물 주변에서 어슬렁 거리는 모습이 보이더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어린이가 수업이 시작되는 10시쯤 학교에 도착하고 범인에게 납치돼 학교를 나갈때 까지 학교에 설치돼 있는 CCTV는 선명하게 이 상황을 들여다 보며 녹화하고 있었지만 아무런 손도 쓰지 못했다. 결국 CCTV는 범인 김수철을 검거하는데는 큰 도움을 주었지만 A양이나 그 가족들에게는 지울수 없는 상처를 남긴채 범죄를 예방하는데는 무용지물 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등굣길에 여덞 살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해 영구 장애를 일으킨 ‘조두순 사건’과 열세살짜리 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뒤 살해·유기한 ‘김길태 사건’의 아픈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그것도 벌건 대낮에 납치가 자행됐다는 사실이 충격을 더한다. 이 나라 어른들을 한없이 부끄럽게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3월 아동성범죄 처벌 강화 법안들이 국회에서 줄줄이 통과됐는데도 재발한 것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조두순 사건 후 정부와 정치권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 전자발찌 부착기간과 대상을 확대하고, 아동 성범죄자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하며 유기징역의 상한을 최대 50년으로 연장하는 등 처벌을 강화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아동 대상 성범죄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성폭력 상담·예방 관련 단체 등에 따르면 피해자와 가해자 집외에도 어린이집, 유치원, 통학버스, 학교내, 놀이터 등 어린이들에게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마저 성범죄자의 범행 장소가 되고 있다. 2008년 조두순 사건은 등교 시간인 아침에 발생했고 이번엔 오전 10시 학교안에서 일어났다.

CCTV 설치가 아동 성범죄 예방의 해결책인양 열을 올리는 지방정부는 각성해야 한다. 범죄는 예방이 우선돼야 한다. 설치만 해 놓고 아무도 이 CCTV 를 관리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돈먹는 무용지물이다. 터지고, 당하고, 죽고난 뒤 범인을 잡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CCTV 앞에서 24시간 눈을 떼지 않고 현장을 감시하고 대처해 나가는 인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아동들이 등교에서 하교까지 전혀 동선을 확인 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학생들의 가방에 칩을 설치하고 학부모 휴대전화와 연결해 실시간으로 이동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나영이 사건의 범인인 조두순에게는 25년형이 가능했음에도 12년형이 선고됐다. 검찰은 범인의 항소심에 항소도 하지 않았다. 미 플로리다주는 2005년 피해 어린이의 이름을 딴 제시카 법을 제정, 아동 성폭행범은 최하 25년형, 출소 후에도 평생 전자발찌를 채운다. 스위스에서는 2004년에 어린이 성폭행범에게 무조건 종신형을 선고하는 법안이 국민투표로 통과됐다. 프랑스, 캐나다에서는 범인에게 화학적 거세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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