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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화장실 메카 도시 수원의 위기

 

주말이면 수원시민 3만여 명이 찾는 광교산에 ‘반딧불이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 안에서 은은히 흘러나오는 클래식 선률 속에 차를 마시는 이들도 목격된다. 건립 당시 호화판이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던 ‘반딧불이 화장실’은 광교산의 또 다른 명소로 자리 잡았다.

당시 심재덕 수원시장(2009년 1월 작고)은 특성화된 화장실을 화성 주변에 12개를 밀어붙였다. 이제 “화장실은 단순한 배설의 장소가 아니라 문화의 장소로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철학을 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추진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수원시가 세계화장실 문화를 리드하는 ‘화장실 메카 도시’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당시 심 시장은 이에 머물지 않고 수원시 산하 등산 코스와 공원 등 시민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모두 98개소의 깔끔한 화장실을 더 지었다. 수원이 세계인이 찾는 화장실 전시장이 된 것이다. 지금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화장실 후진국 관계자들이 선진화된 화성주변 화장실을 둘러보며 ‘원더풀’을 연발하고 있다.

故 심 시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일본과 동시 개최하게 된 상황에서 세계인들에게 ‘수원’이라는 도시를 동시에 각인시킬 수 있는 경쟁력이 무엇일까를 고민을 하다 “가장 아름다운 공중화장실을 가진 도시에서 월드컵을 개최하겠다”고 결심했다.

1996년 말부터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 운동이 시작됐다. 광교산 입구의 ‘반딧불이 화장실’이나 ‘항아리 화장실’ 그리고 월드컵 경기장에 마련된 ‘축구공 화장실’은 당시 외신을 타고 전세계에 알려졌다.

故 심 시장은 이에 머물지 않고 지난 2007년 11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보건과 위생을 생각하는 세계화장실문화의 글로벌화’를 내걸고 세계화장실협회(WTA) 창립대회를 열고 회장에 취임했다. 세계 50개국 이상의 화장실협회 관계자와 유엔, 유네스코 및 관련 NGO 관계자 등 15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당시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故 심 시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년간 64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사랑의 공중화장실 건립사업’을 벌였다. 가나, 남아공 등 아프리카 4개국을 포함해 라오스, 캄보디아 등 아시가 7개국 등 총 11개국 24곳이 대상이었다.

그러나 故 심 시장이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2009년 1월 세상을 떠나면서 WTA 예산액이 현격히 줄고 있어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2009년부터 WTA를 맡아 이끌고 있는 조용이 회장(씨와이 뮤테크 회장)은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올해 예산액 6억원이 확보되지 않아 해외 공중화장실 건립사업이 전면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 하고 있다.

수원시 장안구 율전동 99-22 동화빌딩에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WTA는 사무총장, 총괄국장 산하에 총괄팀, 기획홍보팀, 해외협력팀에 한때는 18명의 직원이 근무했으나 현재 단 1명만이 국정감사에 대비한 업무를 처리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지금이라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세계화장실 문화를 유지 발전시킨다는 취지를 살려 관련예산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또 차선책으로 경기도의회 등 지방의회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해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故 심 시장은 암 진단을 비밀에 부친채 세계화장실협회 총회를 준비하면서 치료시기를 놓쳤다. 작고하기 얼마전까지도 WTA 사무국을 화장실 메카도시 수원으로 가져오기 위해 여러사람을 찾아 다녔다. 그는 자신의 자택 ‘해우재’를 시민들에게 내놨다. 생전에 그가 했던 말이 헛되지 않았으면 한다. “제 생명을 바쳐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안병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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