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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나는 윤도현의 팬이다

 

월급생활을 하는 사람에겐 어느 요일이 가장 달콤할까?

일요일 저녁은 조금 불편한 시간이다. 고달픈(?) 한주일이 시작되는 월요일이 눈앞에 다가오기 때문이다.

희망사항은 화, 수, 목, 금, 토 토 토........ 그러나 요즘 일요일이 슬며시 기다려진다. 나는 가수다(‘나가수’로 애칭)란 프로그램 때문이다.

이미 가창력은 인정받은 가수들이 다른 사람의 노래를 어떤 식으로 편곡하고 소화할건지? 어떤 의상? 그리고 평가단의 점수는? 순위에 따라 탈락할 사람은 누가 될 것인지? 아내와 내기를 해서 돈 주고 받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수들이 초조할수록 시청자들은 즐거운 법이다. 요즘 우리 방송계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퍼스타 K, 위대한 탄생, 유명한 1박 2일도 흐름은 서바이벌에 가깝다.

서바이벌의 원래의 뜻은 생존이다. 그러나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면 살아남으려는 자와 죽이려 하는 자의 비장한 대결이다.

전쟁터인 것이다. 나름대로 규칙은 있겠지만 양보, 도덕, 절제, 이런 말은 쓸데없는 말이다.

그러나 반드시! 승부에 대한 강한 욕망은 감춰야 한다.

지나치게 솔직한 것은 첫날밤 분위기에 취해 과거를 홀랑 고백하는 것만큼 어리석고, 위험하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최선을 다한 것으로 만족합니다.” 이런 식으로 포장해야 한다.

사회를 보면서 가수로 출연하는 YB윤도현의 후덕함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개인적인 사연 한 토막, IMF의 광풍이 요란할 때 구조조정이란 용어가 일반명사처럼 사용되었다.

내가 살자면 네가 나가야 되고 네가 살자면 내가 나가야 하는, 주위가 절박함이 도도한 시기였다.

팔자 사납게도 그 당시 회사살림을 책임지고 있었는데, 궁리 끝에 방송사의 이점을 살려 가수를 초청해서 공연을 하자…….

당시만 해도 신인에 가까웠던 윤도현을 초청해서 공연을 하자는 젊은 PD의 제안이 있었다.

선뜻 동의할 수 없었다. 록(Rock)이란 음악에 대한 이해 부족이었다. 악을 쓰는 시끄러운 음악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과연 흥행이 될까 걱정이 앞섰다. 당시 최고 인기를 끌고 있던 현철, 송대관, 태진아는 노래 두곡에 일인당 100만원을 요구했는데, 한 시간 삼십분 정도 공연을 하자면 MC출연료를 제외하고도 가수 출연료만 해도 2천만 원이 훌쩍 넘었다.

그때 윤도현 밴드는 6백만원쯤 요구했다. 싼 맛에, 그리고 젊은 친구들의 주장에, 타의반(?)으로 결정했는데 “우리 보스, 감각 있어” 칭찬 비슷한 소릴 들었지만 속마음은 한없이 쪼그라들었다.

어이없게도 관중은 젊은이 3백명 전 후, 그네들이야 음악에 장단 맞춰 소리 지르고 춤추고, 앵콜을 외치고 신났지만 뒷자리에서 경솔한 결정에 대한 후회를 곱씹고 있었다.

강력하게 윤도현 밴드를 추천했던 그 친구는 다음번 인사고과로 복수할 것을 굳게 결심했다.

공연이 끝난 후 기획자로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네기 위해 무대 뒤를 찾았을 때 윤도현이 널브러져 있었다.

한 시간 반, 거기에 앵콜 삼십분, 혼신을 다해서 가진 것 모두 쏟아 부었기 때문에 탈진한 것이다.

멍한 눈이 초점마저 흐려 있었다. 늦은 저녁을 밥 한 공기마저 비우질 못했다.

그때부터 록 가수가 아닌 인간 윤도현 팬이 됐다. 나가수에서 명예졸업식인지 뭔지 하는데서는 탈락을 했지만, 그까짓 거 뭔 대순가!

나는 앞으로 그리고 오랫동안 윤도현의 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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