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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깨진 유리창

 

요즘 들어 기업에서 유능한 인재가 정부의 공공단체나 공기업으로 전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보수나 대우, 사소하게 볼 수 없는 것을 훌훌 던져 버리고 나랏일을 하는데 까짓것! 하면서 기꺼이 참여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좋다. 어찌됐던 간에 관(官)에서 민간 기업으로의 변신은 전관대우니 뭐니 해서 오해의 겨를이 있지만 사기업에서 관으로 이동은 참신하다.

얼마나 잘 견디어 성공할는지는 자못 걱정이지만…….

그러나 민간 기업에서 개혁전도사라고 칭송받던 이도 어찌된 일인지 옷을 바꿔 입으면 맥을 못 추는 경우가 허다하다. 텃세를 비롯해서 이유야 여럿 있겠지만…….빨리 정착이 됐으면 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며칠 전 ‘눈물의 이임식’이란 기사가 있어 졸업식을 떠올리고 미담의 주인공이 학교 교장선생님 퇴임식인 줄 착각했다. 그룹회사의 유능한 CEO로 알려졌던 이가 “우리 주변에 깨진 유리창이 없는지” 당부를 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고 설명했다. 정들었던 동료들과 이별하는 것과 혹은 뜻한 바 모두 이루지 못한 아쉬움에 약간 축축해진 것을 과장해서 눈물의 이임식 어떻고, 저떻고 제목 붙인 것은 참으로 못마땅했다.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약간의 과장은 필요할지 몰라도 중국 사람들의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식의 뻥튀기는 일종의 오보라고 할 수 있다. 언제까지 이런 과장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는지 한심하다. 그런데 서울하고도 한복판, 초고층빌딩에 웬 깨진 유리창을 살펴보라니? 4년 전 추석을 앞둔 이맘때쯤이다. 함께했던 직원들에게 감명 깊게 읽은 ‘깨진 유리창 법칙’이란 책을 선물했다. 2006년 4월에 발간해 2007년 3월 약 1년 동안 무려 30쇄를 거듭한 초 베스트셀러이다.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비즈니스의 허점’이란 부제가 암시하듯 고객이 겪은 단 한 번의 불쾌한 경험, 단 한 명의 불친절한 직원, 화장실의 금이 간 유리창 하나가 거대한 기업을 쓰러뜨릴 수 있다는 이론이다.

속담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어떤 식당의 화장실이 더럽다면 고객은 그 식당의 주방에 들어 가보지도 않고도 그 식당의 위생상태가 엉망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또 그런 사실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전파돼 끝내는 문을 닫고야만다는 얼핏 들어 이론이랄 것도 없는 평범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깨진 유리창이론 공식에 대입하면 100-1=99가 아니고 0인 셈이다. 특히 저자(마이클 레빈)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은 물론 직접 현장을 누비면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쉽고 재미나서 조금도 지루한 줄 몰랐다고 어떤 선물보다 값지다고 감사인사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위대한 이론이나 법칙은 무릇 평범한데서 출발하는 것을 우리는 짐짓 잊고 살고 있다. 얼마 전 유별나게 손님이 많이 오는 대학가 고기집 주인이 비결을 묻자 남자 대학생들이 오면 조금 질이 떨어지는 고기를 양은 많이 주고 여학생들이 오면 양은 줄이는 대신 좋은 고기와 함께 반찬을 많이 준다고 했다.

어느 대학에서 이런 현명한 이론을 전수받을 수 있을까? 모두 세심한 눈썰미에서 얻은 경험인 것이다.

어찌됐던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경영자가 내가 선물로 돌린 책을 인용했다는 사실이 기분이 우쭐해진 것은 물론 선견지명(先見之明)(?)에 스스로 흐뭇했다. 그러나 궁금한 것은 그때 책을 받은 직원들이 지금도 혹시 주위에 깨어진 유리창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을까? 그리고 그 감사가 진실이었을까?

/김기한 객원 논설위원·前 방송인 예천천문우주센터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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