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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론] ‘세대 퓨전’의 진수, 메탈로 듣는 ‘남행열차’

 

최근 상영 중인 영화 ‘완득이’와 ‘리얼 스틸’은 공통점이 있다. 전자는 선생과 제자의 관계가 핵심이고, 후자는 아버지와 아들이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영화도 푸근하지만 객석을 보면 더 흐뭇하다. 젊은이들만 있거나 주부들로만 꽉 찬 게 아니라 40~50대 관객도 보이고 10~20대 젊은이들도 눈에 띈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관람한 경우도 꽤 있는 것 같다. 앞으로의 문화현장은 무대와 공연장, 스크린만 완성도가 높아서 될 일은 아니다. 객석도 그 못지않게 아름다워야 한다. 그 아름다움의 극치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함께 어울리는 모습, 바로 세대 공감이다.

트로트의 슈퍼스타 주현미가 ‘국카스텐’이라는 이름의 인디 밴드와 함께 공연했다. 어른들을 주 팬 층으로 하는 트로트와 젊음을 상대로 음악 하는 인디 밴드가 만났다는 사실이 놀랍다. 하지만 주현미는 “연습할 때부터 내내 즐거웠다”고 했고 국카스텐 멤버들은 “아버지의 음악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역시 트로트의 여왕인 김수희는 헤비메탈 밴드 ‘나티’와 같이했고 심수봉은 레게와 스카 음악을 하는 ‘킹스턴 루디스카’의 편곡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지난 10월 3주간 주말마다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공연 ‘위드 인디 시리즈-한국 대중음악의 여왕들’ 이야기다.

김수희의 ‘남행열차’는 메탈 편곡에 의해 사납게 내달리는 폭주열차가 됐고 심수봉의 골든 레퍼토리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는 랩이 붙고 레게 스타일로 둔갑했어도 객석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난생 처음 헤베메탈 연주를 들으며 몸을 흔들었다는 한 50대 관객은 김수희의 음악과 헤비메탈의 조합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처음 트로트를 접했다는 어떤 20대 젊은이는 소름 끼치는 공연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트로트와 인디는 음악스타일도 엄청 차이가 나지만 그것보다 더 간격이 벌어져 있는 것은 그 음악을 듣는 세대들이다. 인디 음악을 챙기는 젊은이는 트로트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나이 많은 트로트 팬들은 인디 음악이 시끄럽다고 멀리한다. 아마 두 장르는 세대 측면에서 가장 거리가 멀리 떨어진 음악들일 것이다. ‘애들 따로, 어른 따로’다. 그러나 막상 같은 자리에 섰을 때 두 세대가 함께 호흡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의 국면이 있다. 대치, 대립, 반목, 충돌은 안타깝지만 우리 현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갈등 관련 언어들이다. 구체적으로 남북대립, 동서갈등, 빈부격차, 좌우충돌이 있다. 이것들을 해소해야 하는 것도 시급하지만 앞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잠재적 갈등 상황은 아마도 ‘세대갈등’일지 모른다. 모든 분야에 걸쳐 기성세대와 젊은이들 간의 차이와 대립이 심각하다.

여기서 음악의 기능이 중요하게 대두된다. 휴식을 제공하는 음악은 세대를 망라한다는 점에서 성격상 갈라질 수가 없다. 세대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합쳐져야 할 음악마저 현실은 세대별로 철저히 분리돼 있는 상황이다. 음악마저 소원한 사이니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대화와 소통이 원활할 리 없다.

앞으로 음악은 갈라진 두 세대의 동행과 공감에 봉사하는 쪽으로, 세대 접점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어른과 젊은 세대가 같이 콘서트 장에 오는 장면은 늘어나야 하고 음악계는 여기에 초점을 둬야 한다. 어른과 젊은이가 함께 호흡하는 객석이 돼야 아름다움은 완성된다. 영화든 음악이든 예술종사자들은 미리부터 2012년의 예술키워드를 ‘세대 퓨전’으로 정하고 있다.

워낙 오랫동안 수요층이 나눠져 있었던 탓에 아직은 화학적 융합은 커녕 한 무대에 서는 물리적 조합마저 생경하게 느껴진다. 해결책은 말할 것도 없이 각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양질의 음악 만들기다. 케이팝의 해외진출도 박차를 가해야겠지만 안으로는 좋은 음악으로 세대를 함께 엮어내는 작업에 힘써야 한다. 음악계의 분발이 요구된다.

/임진모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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