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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 華商<화상>을 보고 배우라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막후세력이 유태인이라는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사실 유태인 집단에 버금가는 세력이 있다면 바로 전 세계에 분산돼 있는 화교 상인들을 빼 놓을 수 없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수출 주도형 경제로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전 세계 오지까지 퍼져있는 화교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에 유입되는 해외자본이 60~70%가 화교 자본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한국을 비롯 아시아 전체가 외환위기에 빠져 휘청거릴 당시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중화 경제권만이 건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 화상의 실력을 반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에 거주하는 화상들은 해당국 원주민들의 반감을 의식,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배후에서 경제를 조종하고 있다. 강력한 경제력과 함께 화교들은 동남아에서 정치적 통제력과 지배력도 갖고 있다. 필리핀 건국의 아버지 호세 리살, 베트남 건국의 아버지 호지명, 캄보디아의 론 놀 전 대통령, 싱가포르 이광요 전 총리, 미얀마 네윈 대통령 등이 대표적인 화교 출신이다. 이들은 명나라 시대부터 생존을 위해 고향을 떠났지만 어느 곳에 정착하든지 고도의 적응력과 사업수완을 발휘하며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화교 네트워크를 형성, 국경 밖에서 또 하나의 중국을 이루고 있다. 심지어는 미국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실리콘 밸리도 중국인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실리콘 밸리에 설립한 회사만도 3천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은 벤처 캐피탈과 유통, 정보통신, 연구개발,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 포진하고 있다.

모택동이 이들 화상을 일컬어 ‘조국을 등진 배신자들’이라고 비난하며 경원시 했을 때 화상의 잠재력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중국 지도자는 등소평이었다. 중국이 가장 실리적으로 재외동포를 활용하는 국가로 평가받는 것도 등소평의 화교 포용정책 때문이었다.

미국 뉴욕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우는 대만의 포모사 그룹 회장 왕융칭이 심근경색으로 91세에 타계했을 때, 자녀들에게 남긴 편지가 공개돼 관심을 모은 적이 있었다.

왕 회장은 편지에서 “모두가 재부를 바라지만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없고 누구도 떠날 때 가지고 떠날 수 없다. 내가 노력해서 성취를 이뤘지만 인생의 가장 큰 보람은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다. 내 재산을 사회에 기부해 사회의 진보와 복지에 기여하려 한다. 너희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 할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재부는 하늘이 우리에게 잘 관리하고 쓰라고 맡긴 것이라는 본질을 알고 이런 인식하에 인생을 충실히 꾸려가길 바란다”면서 “사회에 공헌하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것을 주요 뜻으로 삼되 오직 개인의 사리를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고 유언했다고 한다. 참으로 부러운 이야기이다. 재부를 자신이 이뤘다고 말하지 않고 하늘이 자신에게 관리하도록 맡겼을 뿐이기에 다시 사회로 환원한다는 유언은 자식들에게 모든 걸 세습하는 우리의 정서로 볼 때 신선하다 못해 신비감을 더 해 준다.

인간은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떠난다. 아등바등하며 일궈놓은 재산도 내 것이 아니다. 하늘이 맡겨준 것을 잘 관리하다 부르심이 있는 날 가볍게 떠나면 그 뿐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박남숙 용인시의회 자치행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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