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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당의고전]空手來空手去(공수래공수거)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

 

옛 선시에 태어남은 어디서 오는 것이며, 죽음은 또 어디로 가는 것인가(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생종하처래 사향하처거). 삶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나는 것이며(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죽음은 한 조각구름이 사라지는 것이다(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뜬구름은 자체가 원래 실체가 없으니(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삶과 죽음이 오고 감 역시 이와 같도다(生死去來亦如然, 생사거래역여연).

또 시 한수를 옮긴다. 인생무상(人生無常)이란 시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것 세상만사가 뜬구름과 같구나(空手來空手去 世上事如浮雲, 공수래공수거 세상사여부운). 묘지에 성토하고 장례객 다 떠나면 쓸쓸한 산위에 황혼달만 처량하네(成墳土客散後 山寂寂月黃昏, 성분토객산후 산적적월황혼).

자고 이래로 모은 재물을 지니고 저승 간 사람은 없다. 그러니 세상 살면서 애착을 노아라. 몸이 있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않아 허물어진다. 잠시 머무는 것뿐인데, 무엇을 탐한다는 것인가. 오늘은 일생에서 딱 한번 다시는 오지 않는다. 더 시간이 흐르기 전에 오늘을 보람있게 살아보라.

우리나라 재벌의 1인자였던 이병철 회장도 나이 들어 세상 떠나기 얼마 전 틈을 내 익혀오던 붓글씨로 겸허(謙虛)를 쓰고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를 써서 세상에 남겨놓고 떠났다. 세상사 살아보니 떠날 때 알몸에 삼베옷 밖에는 가져갈게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글 몇 점 남겨 놓았으니, 붓글씨 쓰는 나에게는 그마저 향기롭다 할 것이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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