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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인문학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한국경제는 성장하는데, 행복을 느끼는 국민의 숫자는 늘지 않는다는 통계이다. 국내총생산 규모를 표시하는 GDP가 1993년 8천402달러였고, 2011년에는 2만2천489달러였다. 2.7배나 성장하였다. 그런데 갤럽의 조사 결과를 보면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한국민의 수는 1993년이나 2011년이나 똑같은 52%다. 한국사회와 한국인들은 그동안 경제성장을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은 늘어나고 산업화를 19년 만에 달성하였다. 산업화는 한 나라의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에서 20% 이하로 떨어지는 과정을 말한다. 19년 만에 산업화를 달성한 것은 세계 경제사에서도 그 예를 찾기 힘든 기록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그 과실이 국민에게 돌아가고, 경제생활도 나아진다. 옛말에 “가난이 대문으로 들어오면 행복은 창문으로 달아난다”는 말이 있다. 궁핍해지면 불행해지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행복이 찾아온다는 말이다. 한국사회는 이전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사람이 늘어났는데도, 행복해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불행해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더 이상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하고 세상에 의지할 곳이 없을 때 자살한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의 자살률을 보면 OECD 국가 34개국 중 1위이다. OECD 국가들의 평균자살률보다 2.6배나 높다. 더욱 문제인 것은 OECD 국가 평균 자살률은 떨어지는데 한국의 자살률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행복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연구한 심리학자 에드 디너 교수가 2010년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심리학회에서 ‘한국에서의 불행’이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한국의 소득 수준이 세계에서 높은 편인데 행복을 느끼는 감정은 하위 수준이어서 놀랍다고 하였다. 그리고 많은 한국인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한국 사회에 분노를 터트리고 있으며, 직업에 대한 만족도도 높지 않고 풀이 죽어 있다고 표현하였다. 에드 디너 교수는 ‘주관적 안녕’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개인적인 성취와 주변 사람과의 관계 등과 같은 ‘삶의 만족도’와 즐거움을 느끼는 ‘긍정적 정서’가 높을수록, 슬픔, 권태,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적게 느낄수록 행복해진다고 하였다.

그리고 한국인들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를 한국사회의 물질주의에서 찾고 있다. 많은 물질을 소유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설정하면 재산이 아무리 늘어나도 만족할 수가 없다.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이 있었으면 하지만, 집을 소유하고 나면 집의 크기를 늘리고 싶어 하지 않는가.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싶은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다. 더 많은 재화를 가지고 경제적으로 안락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소비하고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희생하는 사람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한국인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삶의 목표를 다시 설정해야 하지 않을까. 소유한 재화의 많고 적음과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모든 인간은 존엄하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야 할 것 같다.

물질주의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개인이 보다 많은 물질을 소유하고 경제적으로 안락한 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인류 역사를 발전시키는 한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질주의와 더불어 주위 사람과 함께 하겠다는 생각을 함께 가지지 못한 것이 문제이다. 나와 내 가족의 삶만 생각하고 같은 공동체에 속한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무관심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할 때이다. 인문학은 인간을 성찰하는 학문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깨닫게 해주고, 자신의 주체성은 물론이고 타인의 삶도 이해하게 해준다. 타인의 삶을 존중하고 이해하게 될 때 타인과의 관계도 개선될 것이고 타인의 행복도 생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행복은 가족과 친구 등 주변사람과의 좋은 관계 맺기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가족과 친구를 넘어 공동체에 속한 다른 사람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위해 봉사하고 나눌 수 있을 때 한국사회가 행복한 사람으로 넘쳐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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