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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성호 이익을 만나러 떠나는 주말여행

 

이번 주말 실학자 성호 이익 선생을 만나러 안산 성호기념관에 간다. 역사학의 언저리를 맴돌면서 항상 생각하는 것은 어렵게 느껴지는 학문의 세계를 어떻게 하면 많은 이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것인가이다.

시민 눈높이에 맞는 ‘학술행사’

역사학에서도 사상사는 참 어렵다. 역사학자들도 어려워하는데 시민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성호 이익 선생은 실학의 대가이고, 우리 사상사에 남긴 발자취가 뚜렷하다. 어렵게 느껴지는 성호 이익 선생의 실학사상을 우리 시대의 키워드로 풀어 강연하는 지식콘서트가 안산에서 열리기에 그것을 구경하러 가는 것이다.

직업상의 이유로 학술행사에 참석하는 일이 많다. 학술회의에 가보면 발표자는 열심히 발표하지만 청중들은 어려워하며 시간이 조금 지나면 한두명씩 자리를 뜬다. 마지막 토론 순서가 되면 행사 주최자와 발표자, 토론자 그리고 소수의 청중만 남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럴 때마다 생각되는 것은 학술행사도 학자들이 모여 학문적인 토론을 목적으로 하는 행사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는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는 청중수에 얽매이지 말고, 대신 토론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후자는 학술발표 내용 못지않게 청중이 누군가를 먼저 생각하고 청중 눈높이에 맞춘 행사가 돼야 한다. 후자의 행사에서는 청중도 행사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학술행사를 계획하는 학자들은 발표자와 발표 주제만을 고민하는데,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학술행사는 청중 눈높이에 맞추어 발표 내용을 구성해야 하고, 전달 방식도 고민해야 한다.

주말에 열리는 안산에서의 성호 지식 콘서트는 사회자는 없고 진행자가 나와 마치 다큐멘터리를 진행하듯이 학술행사를 진행한다. 발표자에게는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이미지 자료를 활용하여 발표한다고 한다. 보통의 학회에 가면 학자들은 미리 배포한 발표문을 읽는다. 시간도 보통 40분 이상 주어진다. 그런데 학자들이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 나갈지, 청중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새로운 형태의 학술행사이기 때문이다.

성호 이익은 안산의 지식인

성호 이익은 안산 사람이다. 평안도 운산에서 태어났지만 부친인 이하진이 유배지인 운산에서 사망하자 어머니와 함께 바로 안산 첨성리로 이주했다. 성호 이익이 실학의 대가라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거의 없지만, 성호 이익이 안산에서 그의 사상을 영글고 펼친 것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성호 이익은 인간적으로 불행한 일생을 살다 간 인물이다. 아버지 유배지에서 출생하였고 태어나자마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후 집안을 형 이잠이 이끌어 갔는데, 그 형마저 당쟁에 말려 매를 맞고 세상을 하직했다. 그때의 참담한 심정을 “한 해는 저물어가고 바람은 거센데 내게 쌓인 근심은 어떻게 풀 것인가. 장차 수레를 타고 먼 곳으로 가고자 해도 갈림길에 또 갈림길이라 그 끝이 어디인가”라는 시를 통해 남겼다. 끝없이 계속되는 불행의 그림자가 짙게 드러나는 시구이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장수한 편에 속하는 82년 평생을 살고 세상을 뜨기 전에 남긴 글에서는 “자취는 농부를 따랐으나 품은 뜻은 장부였네, 바람과 달빛을 따라 마음대로 다녔으니 푸른 하늘 어느 곳인들 막힌 데가 있었으랴” 하여 막힘없이 보낸 일생을 회고했다. 성호 이익은 농사짓고 살면서 세계를 한눈에 바라보고 과학을 이야기했고, 세상을 개혁하려는 의지를 가득 담은 많은 글을 세상에 전했다. 안산의 지식인이었던 그는 시골에 살았지만 세계인이었다. 그래서 스스로 행복한 일생을 보냈다고 생각한 것이 아닌가 싶다. 주말에 가서 행복한 성호 이익 선생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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