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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목적 가치와 수단 가치의 소통

 

세상에는 두 가지 가치가 있다. 하나는 목적 가치이고, 다른 하나는 수단 가치이다. 수단 가치가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라면, 목적 가치는 그 자체가 목적으로서 대체 불가능한 절대적 가치이다. 수단 가치는 변하기도 하지만 목적 가치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어느 날 한 어머니가 초등학생 자녀를 등교시키기 위해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를 지각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속도를 높였고, 신호를 어겨 경찰에게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되어 결국 아이는 지각을 하게 되었고, 그녀는 과태료까지 물게 됐다. 이 경우 어머니의 목적은 자녀의 등교시간을 지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훌륭하게 자라는 데 있다고 봐야한다. 자녀가 훌륭하게 자라는 것이 목적 가치이고, 자녀의 등교시간을 지키는 것은 수단 가치이다. 목적을 생각했다면 자녀가 제 시간에 학교에 가는 것보다는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했던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일까? 고조선과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이고, 교육기본법 제2조 교육이념에도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결국 교육의 목적은 자기 자신과 자신의 주위, 우리 사회와 국가, 널리 나아가 전 인류에게 유익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인간의 가치를 새롭게 창출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드높이는 것이다. 교육 문제에 접근하면서 수단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이러한 교육목적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인도에 재색을 겸비한 한 여인이 왕과 결혼해 행복한 삶을 누렸으나 결혼한 지 1년 만에 병으로 죽고 말았다. 왕은 그 슬픔을 견딜 수 없어 왕비의 무덤 동쪽에 자신의 모습을 조각한 동상을 세웠다. 1년 후, 무덤 서쪽에 왕가를 상징하는 호랑이 동상을 세웠다. 또 1년 후, 죽은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호화로운 별장과 자신의 권력을 상징하는 웅장한 성을 건립했다. 왕은 맞은편 동산에 올라 그 절경을 바라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웅장한 성과 별장, 정교한 동상들의 중심에 위치한 무덤이 자꾸만 눈에 거슬렸다. 그래서 왕은 신하들을 불러 명령했다. “저 무덤을 당장 치워버려라.” 웰스의 단편소설 무덤의 줄거리로 우리 삶의 중심을 위해 존재한 주변의 수단들이 어느새 목적이 되어버리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이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보면 그 일을 하게 된 애초의 목적을 잊어버리는 일이 자주 생긴다. 우리 스스로 지금 하는 일의 근본 목적을 되새기며,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반대로 절차와 과정과 단계와 같은 수단을 무시하고 오직 성과만으로 평가받겠다고 하는 목적지상주의도 경계해야 한다. 인생의 어떤 목적도 처음 출발하자마자 그 목적에 다다를 수 없다. 목적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과정에서 성실과 최선을 다할 때 비로소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수단이 무시된 성과는 공동체에게 아무런 유익을 주지 못한다. 잘 사는 것보다 바르게 사는 것이 중요하듯 결과보다 과정을, 목적보다 수단을 중시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인간의 삶에서 목적과 수단이 분리될 수는 없다. 목적 그 자체가 삶의 과정을 위한 한 방편적 수단일 수도 있다. 즉, 작은 목적은 큰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고, 큰 목적은 더 큰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면서 끝없이 연결되는 것이 삶의 본질인 것이다. 깨어 있다는 것은 목적과 수단 사이의 정당한 관계를 구별해 내는 것을 뜻한다. 부도덕한 수단이 도덕적인 목적을 이룰 수 없고,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마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통이 필요하듯이 목적 가치와 수단 가치의 소통으로 양쪽 모두 도덕성과 정당성을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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