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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춘추]미세먼지와 폼페이 최후의 날

 

로마 제국에서 가장 화려했던 휴양도시 ‘폼페이(Pompeii)’가 서기 79년 8월24일 거대한 화산폭발로 단 18시간 만에 모습을 잃어버렸다. 이날 폼페이는 화산재와 용암으로 뒤덮였으며, 수많은 사람들도 고온가스와 열구름에 폐부가 타들어 갔다. 히로시마 원폭의 10만 배에 가까운 폭발력을 지닌 베수비오 화산의 분출은 자연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였다.

화산재에 묻힌 지하세계에서 영원을 꿈꿀 것 같던 폼페이가 어느 날 기지개를 켜듯 인간세계로 되돌아왔다. 1592년 수로를 파던 사람이 우연히 고대도시를 발굴한 것이다. 서기 79년에서 시계가 멈춰버린 폼페이의 모습이 고스란히 역사로 남아 있었다.

폼페이의 베수비오 화산 폭발에 대한 기록은 소(小)플리니우스가 역사가 타키투스에게 보낸 두 통의 편지에서 보인다. 당시 지중해 함대사령관이던 대(大)플리니우스의 조카 소(小)플리니우스는 재난 현장으로 향하던 삼촌 대(大)플리니우스를 따라나서지 않아 목숨을 구한다. 그의 기록에서 화산 분출일은 서기 79년 8월24일이었다. 그러나 현지에서 티투스 황제의 즉위와 관련된 주화 한 개가 발견됨으로써 베수비오 화산 폭발이 티투스 황제 즉위일인 79년 9월7일 이후라는 설이 유력해졌다. 하지만 폼페이응용연구실험소가 화산재 밑에서 발굴한 7개의 항아리에 담겨있던 썩은 생선 액젓을 분석한 결과 79년 8월24일이라는 날짜를 산출해 냄으로써 플리니우스 2세의 기록을 뒷받침했다.

베수비오 화산은 폭발하기 며칠 전부터 사람들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에 앞서 대지진도 있었다. 자연재해를 예견한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피신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대장장이 신이자 불의 신이던 불카누스(Vulcanus)에게 제사를 올리며 분화구의 성난 불꽃을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하지만 베수비오 화산은 사람들의 제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붉은 용암과 화산재를 토해냈다. 화산재로 인해 항구도시였던 폼페이는 내륙도시가 되어버렸다. 재난의 징조를 경시한 예견된 참사였다.

최근 ‘폼페이 최후의 날’이라는 영화가 개봉됐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화산재가 대기를 가득 채운 칙칙한 하늘이 연상된다. 요즘 우리나라는 가까운 산도 뿌옇게 보일 정도로 미세먼지가 잔뜩 끼어 있다. ‘미세먼지 스트레스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이니 폼페이 최후의 날에 쏟아져 내린 화산재가 어찌 생각나지 않을까. 외출하기가 겁난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1년 서울지역의 초미세 먼지 가운데 거의 절반인 49%가 중국에서 날아온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을 비난하거나 피해 보상 소송을 해서는 안 된다. 미세먼지로 인한 환경재앙을 막기 위해 한·중 양국이 우호적 분위기 속에 공동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양국의 대기오염 배출량에 관한 최신 자료를 공유해야 한다. 한·중 양국은 미세먼지를 줄이는 노력을 상호 협력 하에 진행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푸른 하늘이 마냥 아름다웠다. 초등학교 미술시간, 크레파스로 채색된 하늘의 색깔은 푸른색이었다. 하지만 요즘 초등생들에게 하늘색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진회색’ 정도가 아닐까? 수질오염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공기오염은 우리가 느낄 수 있을 때면 이미 심각한 상태에 접어들었음을 알아야 한다. 소리 없이 병들어가는 우리의 몸은 어떠할지?

베수비오 화산은 폭발하기에 앞서 지진과 폭발음으로 대재앙을 예고했었다. 요즘 하늘을 뿌옇게 뒤덮은 미세먼지도 앞으로 다가올 재앙을 예고하는 것이 아닌지 심히 염려스럽다. 단순한 미세먼지를 폼페이 대재앙의 원인 중 하나인 화산재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대재앙은 항상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폼페이 최후의 날’ 영화를 계기로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책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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