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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성공한 기업가와 기업가정신

 

부잣집의 머슴이 살기가 어떤지는 집주인에게 묻는 것보다 머슴에게 물어보아야 제대로 알 수 있고,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과 얼마나 잘 지내는가는 납품 중소기업에 물어보면 된다. 근래 들어 대기업들의 1차 협력사에 대한 거래조건은 상당히 개선되었는데, 중견기업인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대한 거래조건은 여전히 좋지 않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이를 확인하러 전남지역에 있는 중견기업 두 곳을 방문하러 갔다가 성공한 기업가와 기업가정신을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목포 대불공단에 있는 대주KC이다. 이곳은 세탁용 분말세제와 수돗물 정수제, 폐수처리제의 원료가 되는 수산화알루미늄과 특수 알루미나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화학산업의 중간재로서 꼭 필요한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과거에는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어 일본으로부터 비싸게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대일 무역적자도 커지고 중요한 산업중간재를 수입에만 의존할 수 없어 정부는 공기업 한국종합화학을 설립해서 이를 독점 생산토록 했다. 하지만 경영은 날로 어려워져 외환위기 때 정부가 이를 매각할 당시 이 회사는 한 해에 100억원 가까운 만성 적자로부터 헤어날 기미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40대의 패기넘치는 박주봉 사장은 이 회사를 인수하여 각고의 노력 끝에 일년 만에 흑자로 만들었다. 이제는 포스코와 합작으로 순도 99.999%에 이르는 특수 알루미나까지 생산하고 있다. 고순도 알루미나는 LED 조명기구를 생산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미래산업의 필수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가난 때문에 제대로 학교를 다니기 어려운 젊은 시절을 극복하고, 26년 전 트럭 한 대로 사업을 시작해 이제 철구조물사업과 물류 등 매출 1조원을 넘는 중견기업을 만든 박 사장은 “어렵게 사업을 해보고 대기업과 거래에서 힘든 경험을 했기에 거래 중소기업을 힘들게 하지 않으려 한다”라고 강조한다. 도전적이고 건전한 기업가정신이 트럭 한 대에서 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만성적자 공기업을 흑자기업으로 바꾸는 원동력이 되었다.

광주 평동공단에서는 또 다른 기업가정신과 동반성장 현장을 보았다. 대기업 사원에서 중견기업 오텍캐리어 사장이 된 강성희 CEO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적자가 나던 에어컨 생산기업을 인수해서 이듬해 흑자로 바꿔 놓았다. 이 회사는 중견기업이면서 협력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하는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지난 1월에 7개 협력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토록 60억원의 펀드를 마련해서 우리 위원회에 맡겨 왔다. 이 재원으로 개발한 기술로 시제품을 생산하는 협력 중소기업을 찾아 갔는데, 그 중소기업 사장은 큰 사업기회를 잡았다며 감격해 하고 있었다. 백색가전의 선두 기업만 보유한 친수냉각기술을 작은 중소기업이 보유하게 되었고, 오텍캐리어가 납품도 보장해 주었기 때문이다. 의사가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면, 좋은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을 살리는 것이다. 오텍캐리어와 같은 전문기업들이 성장해야 우리 산업의 생태계가 건강해진다고 강 사장은 강조했다.

성공한 기업가들의 공통적인 면이 있다면, 우리 이웃에 대한 배려와 협력 중소기업과의 상생의 길을 실천하는 점이었다. 앞서 소개한 두 기업인 역시 가난한 학창시절을 잊지 못해 장학재단을 만들고, 주민들에게 아파트 부지를 기부하고, 장애우들의 후원에 앞장서고 있다. 흔히 듣던 정부가 정책을 제대로 못해서 사업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는 이들에게서는 없었다. 건전한 기업가정신을 가진 중견기업 CEO들이 많이 나오면, 이제 협력 중소기업과의 문제는 다함께 성장하는 동반성장문화로 승화할 것 같다. 이처럼 기술 혁신을 통해 ‘창조적 파괴’에 앞장서는 기업가 정신이 살아있을 때 우리 경제의 미래는 밝다. 산업계 곳곳에서 새로운 희망이 자라고 있는 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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