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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한자성어 남발하는 야당의 ‘혁신’

 

정치란 일종의 보여주는 과정이다. 국민들을 위해 보여줄 필요가 있을 때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모습만이 아니라 때로는 가식이라도 서슴없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듯 정치에서 보여주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정치란 소통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민들의 여론이 특정 방향으로 정치권 혹은 정부가 움직여주기를 바랄 때, 그 여론에 호응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은 말과 행동밖에 없다. 그래서 정치권의 말과 행동은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요새 신기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나치게 한자를 많이 쓴다는 점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말이란 국민들이 쉽게 알아듣는 것을 고민해서 골라 써야 하는데, 요새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나오는 말들을 보면 어떻게든 쉬운 얘기를 어렵게 사용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 같다. 조국 교수가 ‘육참골단(肉斬骨斷)’이라는 말을 쓰더니 문재인 대표도 덩달아 자신의 혁신에 대한 각오를 이 단어를 쓰면서 표현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이대도강’이라는 사자성어가 등장했다. 그랬더니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우산지목(牛山之木)’이라는 사자성어로 화답했다. 그리고 김상곤 위원장은 이번엔 ‘파부침주(破釜沈舟)’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다시 한 번 혁신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자신들이 무슨 중국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런데 ‘육참골단’이라는 단어는 중국의 사자성어가 아니다. 중국어의 경우 동사가 먼저 나오는데, ‘육참골단’이라는 단어는 동사가 아닌 명사가 먼저 나온다. 이런 것으로 볼 때 이 단어는, 어순(語順)에서 명사가 먼저 나오는 우리나라식 혹은 일본식의 한자성어로 추론할 수 있다. 이 ‘육참골단’이라는 단어는 ‘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단어를 쓴 이는 일본의 사무리아였다. 일본의 전설적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가 쓴 ‘오륜서’에 이 단어가 등장하는데, 그는 이 ‘육참골단’을 필살기술 중의 하나로 갈파했다고 한다. 즉, 일부러 자신의 살을 베이면서 상대방의 뼈를 끊어버린다는 사무라이의 결투 기술이라는 것이다. ‘Final Fantasy Tactics’라는 게임에서도 이 용어가 등장하는데, 여기서도 사무라이의 기술 중 하나로 사용된다. 조국 교수나 문제인 대표가 실제 이 ‘오륜서’를 읽고 이 단어를 썼는지, 아니면 게임을 열심히 하다가 그 말이 마음에 와 닿아 이 용어를 사용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다 이 단어를 사용했는지는 모르지만, 이 단어 사용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 첫 번째 문제점은 이런 섬뜩한 단어를, 정치적 상대에게 써도 문제가 될 듯한데, 이를 같은 당 내부의 계파문제에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는 정치적 상대방이라고 할 수 있는 새누리당보다 오히려 내부의 적의 제거가 더 시급하다고 생각했는지 묻고 싶게 만든다. 당 내부의 문제에 대해 이런 섬뜩한 단어를 쓸 정도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혁신이 아니라 분당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듯싶다. 두 번째 문제점은 왜 하필 일본 사무라이가 쓴 용어를 사용했는가 하는 부분이다. 미야모토 무사시가 아무리 일본의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 국민적 정서상 일본 사무라이의 말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어쨌든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은 혁신을 한다고 한자성어를 남발하고 있는데, 이렇게 뜻도 알기 힘든 용어를 남발하며 혁신을 주장하는 이유 역시 궁금하다. 정당이 혁신을 하는 이유는 국민들에게 보다 어필하기 위해서다. 목적이 그렇다면 국민들에게 일단 자신들의 혁신하려는 노력을 잘 포장해서 보여주어야 함은 당연한 과정이다. 하지만 이렇듯 알기조차 힘든 한자성어를 남발하며 혁신을 한다고 떠드는 것을 보면, 지금 새정련이 주장하는 혁신은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들 내부 계파 투쟁을 포장하는 단어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혁신이 내부 투쟁을 감추기 위한 위장이라면 새정련을 또 한 번 국민들의 외면을 받을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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