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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 칼럼]한 여름 밤의 꿈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 여름 밤의 꿈’의 주인공 ‘피라무스와 티스베’ 사이의 사랑이야기는 구성과 내용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뿐만 아니라 원시시대에도 남녀 간의 사랑은 분명이 있었다. 7월 7석, 몽룡이와 춘향이, 물레방아간의 수많은 뒷담들, 가까이에는 김홍도의 화집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의 선조들도 보릿고개를 넘는 중에도 사랑하고 사랑하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낭만주의의 본래 의미는 퇴폐와는 무관했는데 세상 사람들은 사회관습과 규율에서 벗어난 사랑을 갈망하면서 낭만의 의미는 일탈과 퇴폐로 조금씩 변질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사람들은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와의 관계를 사람들이 바라는 취향에 맞추어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일반 독자들의 눈으로 볼 때 마리아를 사랑한 예수는 허드렛일을 마다않는 마르다보다는 예수 곁에 머물면서 고상한 일만 찾는 것처럼 보이는 마리아를 감싸고돈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향합을 깨트린 여자도 마리아였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예수의 임종도 그녀가 지켰다는 이야기는 두 사람의 관계성에 대해 뭇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여지를 주고 있다. 지금은 고전이 되었지만, 수십 년 전 유행했던 ‘Jesus Christ Superstar’라는 록 오페라의 ‘I don’t know how to love him’ 중에서 막달라 마리아가 애절한 음색으로 예수를 가리켜 ‘He is a man, he is just a man’이라고 고백 노래를 한다. 이야기꾼들은 더 나아가 예수와 마리아 사이에 자식이 있었고 그 후손들이 현재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간통죄가 폐지되는 바람에 시청자들은 긴 세월 불륜이 주종을 이루던 국내 통속적인 TV 드라마에 흥미를 조금씩 잃기 시작했다. 아슬아슬하고 흥미진진한 일탈된 스토리를 통해 가상으로나마 자신을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여 대리욕망 충족을 할 필요가 상당히 줄었기 때문이다. 이제 방송국도 드라마 작가들도 막장 드라마라고 불릴 만큼 극단적으로 부적절한 남녀 주인공들의 관계 전개로 인해 시청률을 높였던 소재에서 방향을 전환해야 할 상황에 부딪히게 되었다. 간통죄 폐지로 인해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낭만이라는 말도 곧 사라질 것 같다.

만약에 예수께서 가시관을 쓰고 자신이 매달릴 무거운 나무십자가를 등에 메고 골고다 언덕 정상에 도착한 직후, 병정들이 잠시 쉬는 틈새에 가시관도 십지가도 다 벗어 던져버리고 언덕 아래로 달음질쳐 탈출을 했다면 그 다음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까 상상해 본다. 당연히 지상에 기독교라는 종교는 없었을 것이고 예수는 매우 비겁한 자로 낙인 찍혀 그가 공생애 기간 동안 행했던 모든 것들은 비웃음으로 회자되었을 것이다. 적절하지 못한 상상이 극대화되면 망상이 되고 이것이 자신에게는 곧 현실이 되어 공황, 의처증, 의부증, 우울증으로 진전하게 된다.

신앙도 마찬가지이다. 계룡산 같은 기도원에 들어가 주님의 음성을 기다리면서 방언기도하고 급기야 꿈에 계시를 받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예수가 골고다를 탈출하는 상상이나 자신이 계시를 받았다고 확신하는 것 둘 다 모두 정상은 아니다. 그러나 전자는 그저 혼자 즐기는 상상이지만 후자는 망상에 가까워 현실적으로 기존 교회질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자는 농담으로 친구들과 잠시 웃고 끝나는 일이지만 후자는 체험자의 확신으로 인하여 그 전파력이 막대하다. 기독교를 원수로 여기는, 아니 기독교가 원수로 여기는 이슬람 중동지역에 하나님께서는 형벌로 메르스를 주셨고 한국의 불신자들에게는 경고의 의미로 메르스를 보내셨다고 주저 없이 설교하는 목사님들이 여전히 교회에서 활약하고 이들을 추종하는 세력이 있는 한 세상의 평화는 요원하다. 기왕 의도적인 상상과 꿈이라면 퇴폐하지 않으며 도덕적으로 비난 받지 않고 공공성을 저해하지 않을 건강한 것으로 택해야 한다. 건강하고 신선한 낭만이 몸과 마음을 더 즐겁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니면 이 한 여름을 온전히 지내기가 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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