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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매(茶梅), 수선(水仙), 납매(臘梅), 옥매(玉梅)는 예부터 우리 조상들이 ‘설중사우(雪中四友)’라 부르는 한겨울 꽃들이다. 모두가 차갑고 삭막한 겨울에 따뜻한 봄기운을 알리는 전령사 구실을 한다고 해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다매는 잘 알다시피 동백(冬栢)을 가리킨다. 동지섣달의 해풍과 골바람을 이겨내며 해안가나 사찰 주위에서 붉디붉은 꽃을 피워 봄을 알린다. ‘날 잊지 마세요’라는 꽃말을 갖고 있는 수선은 부르는 여러 이름들조차 겨울과 연관이 있다. 눈이나 얼음 사이에서 꽃이 핀다 해서 얼음새꽃, 설날 무렵 꽃이 피어 원일초(元日草)라고도 한다. 눈 속에 피는 연꽃처럼 생겼다고 해서 설연화(雪蓮花), 쌓인 눈을 뚫고 나와 꽃이 피면 그 주위가 녹아 구멍이 난다고 해 눈색이꽃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한겨울 제일 먼저 꽃을 피우고 봄을 예고하는 것은 섣달에 피는 매화라는 뜻의 납매다. 때문에 별칭도 추위를 뚫고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라는 뜻의 한객(寒客)이다. 특히 설중사우 가운데 향기가 제일 좋아 한겨울에도 즐길 수 있는 꽃으로 꼽았다.

중국 최초의 여제(女帝) 측천무후가 반했다는 일화도 있다. 측천무후는 국호를 주(周)로 고친 그해 겨울에 상관(上官)의 완아(婉兒)와 어화원(御花苑)에서 납매(臘梅)의 향기에 이끌려서 다음과 같은 조(詔)를 내렸다는 기록이 그것이다. “내일 아침 상원(上苑)에 유상(遊賞)할 터이니 당장 봄이 왔음을 알리도록 하라. 꽃은 밤을 새워서 피도록 하고 효풍(曉風)을 기다리지 말도록 하라.”

조선 영조 때 학자 채지홍은 한겨울 납매가 피지 않자 이렇게 읊었다고 한다. 吾病歲新猶閉關 汝寒冬盡未開顔 何時共帶春風面 朗月孤琴一笑看.(오병세신유폐관 여한동진미개안 하시공대춘풍면 낭월고금일소간; 나 병 들어 새해가 되어도 빗장 걸고 사는데, 매화 너는 겨울 다가도록 꽃 피지 않는구나. 언제든 봄바람을 함께 맞이하게 되거들랑, 밝은 달 아래 거문고 안고 함께 웃자꾸나)

일주일째 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남쪽에서 납매가 피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맹위를 떨치는 동장군도 이제 곧 물러갈 모양이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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