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특례시 표심이 대선 승패 가른다
[데스크칼럼]특례시 표심이 대선 승패 가른다
  • 경기신문
  • 승인 2017.01.22 19:38
  • 댓글 0
  • 전자신문  16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최영재 사회부장

마트에 갔다. 생각지도 못한 까마귀떼의 공습으로 얼룩진 거리와 겨울가뭄에 눈도 제대로 못 뜨게 괴롭힌 미세먼지까지 한방에 날려주며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을 뚫고 이름값 하는 (대한)추위까지 함께 간 마트는 주말다웠다. 이미 열흘쯤 전에 아기 주먹만한 감자가 세알에 6천원이 넘는 것을 본터라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북적이는 사람들과 달리 장바구니와 카트들은 절반 넘는 공간을 여백으로 남긴채 이리저리 이동하고 있는 풍경이 반복됐다. 사실 평소같으면 집에 있어야 할 날씨에 굳이 마트를 간 건 비행기 타고 물 건너온 미국산 달걀에 대한 호기심때문이었다. 그러나 표백제를 두른 것처럼 새하얗다는 미국산 달걀은 볼 수 없었고, 여전히 1인당 한판이라는 문구와 텅 빈 달걀 코너만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아 이놈의 AI’란 말이 튀어나오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명절 대목을 앞둔 폭설의 수년간의 반복학습의 효과일까? 조금이라도 더 오르기 전에 사둬야 한다는 위기감 속에 흡사 난리통이란 말이 어울리는 과일과 야채코너 근처를 점령한 사람들 사이에서 팍팍함만 묻혀서 빠져 나오는 것이 더 급했다.

그런데 나만 그랬을까? 괜히 억울한 기분이다. 그래도 뭐 특별한 방법도 없다. 단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꺼라는 암울한 얘기들만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바람이다. 또 트럼프의 취임에 중국의 보복, 아베의 적반하장까지 맞물린 얘기들도 사그라들었으면 하는 건 덤이고.

그리고 그런 소박한 희망이 하나둘 모이는 지금은 말 그대로 대선정국이다.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인 권력전쟁의 블랙홀은 이미 개봉됐다. ‘사실상’이란 수식어가 더 의미가 없을 만큼, 또 세우거나 늦추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이미 레이스는 걷잡을 수 없이 본궤도에 올랐다. ‘탄핵’을 둘러싼 인용이냐 기각이냐란 결과에 의미를 두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 어려울 만큼 이미 ‘조기대선’은 기정사실이 된 지 오래다.

‘독주론’의 문재인과 ‘양강’이란 반기문을 시작으로 이재명, 안철수, 황교안, 안희정, 박원순, 유승민, 손학규, 김부겸, 김문수, 남경필, 원희룡, 천정배, 이인제, 심상정, 정운찬, 장성민, 최성, 원유철, 김관용 등 자천타천 출마를 선언한 사람들만 20명을 넘는다. 정권교체와 정치교체, 세대교체에 대세론, 50대 기수론, 제3지대론, 뉴DJP연대, 확대경선, 결선투표 등등 이합집산이 본격화된 말 그대로 전쟁이다. 그것도 본선보다 치열한 예선을 통과해야 그나마 결승선에라도 이름을 올릴 수 있을 정도다. 오죽하면 ‘잠룡’이 아닌 ‘잡룡’이란 말까지 회자되는 춘추전국시대의 개막이다. 매일매일 도표와 그래픽, 나름의 설명과 분석을 달고 쏟아지는 제각각의 지지율에 희비와 탄식이 엇갈리고, 폭풍처럼 넘쳐나는 말과 말들의 점입가경 속에 유권자들의 숨은진실찾기도 계속된다.

그리고 누리과정에서 촉발돼 현재까지 숨돌릴 틈도 없이 이어진 정국과 민심은 과거처럼 연고주의나 정치공학적 모사와 술수가 아니라 진짜 승부처가 어디인지도 이미 여실히 증명했다. 한때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 등 광역단체장이나 다선의 국회의원들만 넘봤던 경계는 광역시를 뛰어넘는 100만 대도시들의 연이은 등장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특히 수원과 고양, 용인, 성남, 창원 등 일명 ‘특례시 클럽’은 550만이라는 단순 덧셈을 넘어 각종 선거와 여론 등에서 인근 지역에 대한 표의 확장성은 물론 민심의 향배를 가르는 분수령으로 자리잡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똑같은 세금 내고도 오히려 행자부의 무사안일과 상상 이상의 ‘역차별’ 속에 고스란히 벌어지는 민생피해 강요는 여전하다. 심지어 분권을 의제로 올린 대권주자들과 국회 역시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처리가 가능한 지방자치법 개정은 아직도 뒷전이다.

다시 공분이 모인다. 분노는 폭발하기 전까지 그 크기와 무게를 가늠하기 어렵고, 그래서 말하지 않아도 무섭다. 염태영과 정찬민으로 상징되는 ‘특례시 클럽’ 표심이 19대 대통령선거의 승부를 가를 최대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분석 속에 대선주자들의 앞다퉈 방문하는 발길이 자연스러운 이유다. 천하를 얻겠다고 길을 나선 사람들에게도 숙제는 이미 던져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