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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진

/권혁수

여자가 빨랫줄에
낡은 청바지를 널어 말린다

해감에 절인 가슴을
물방울로 뚝뚝 떨구는 해안선이



오늘

빈 배만큼 무겁다

※아야진: 동해안 관동팔경 중 하나인 청간정 옆에 위치한 항구

-시집 ‘얼룩말 자전거’


 

 

 

고성 건봉사에 들렸다가 속초 가는 길에 아야진, 이라는 이름을 만났었다. 그 지명이 가히 시적이기도 했지만 아름다운 해안선과 백사장에 마음을 뺏겨 잠시 둘러본 해변마을을 시에서 만나니 짐짓 반가웠다. 그리고 빨랫줄에 널어 말리는 여자의 청바지가 낯설지 않았다. 여느 해변마을이 그러하듯 슬레이트 지붕과 낡은 수성페인트 벽, 군데군데 널린 생선들, 바다갈매기와 해조음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시인은 그러한 풍경 중에서 유독 생선이 아닌 낡은 청바지에 주목한다. 직관의 힘으로 낡은 청바지에서 그 여자의 해감에 절인 듯 신산한 삶의 세목을 읽는다. 그 삶이 물방울 뚝뚝 떨구는 해안선으로 전이되어 시적 이미지의 도약을 일군다. 그곳을 거닐다가 빈 배만큼 무거운 그 마을의 척박함을 잠시 접어두고 청간정에 올라 송강의 가사 한 구절 읊어도 좋으리라. /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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