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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죽은 공장

죽은 공장

                                   /김명인



십몇 년 탈 없이 돌아가던 공장이 문을 닫았다.

주문도 기계음도 멈춰선 벨트 위엔

난삽하게 어질러진 먼지의 잔업들

흐릿해진 공장의 눈에 무엇이 비치는 걸까?



다가서면 하오의 생계로 스산한

햇살 잦아드는 손바닥만 한 마당에서

아이 몇 추위에 떨면서 놀고 있다.

해질녘까지 눌러놓은 허기 아래

어른어른 실직인 하루하루가 비치다 마다한다.



목줄에 함께 묶였던 너는 각별한 이웃,

아침저녁 밖으로 끌고 나가야 용변을 보던 개처럼

업보인양 여겨지던 한 때의 일과들,

구난 길에서 돌아와 잠긴 문 앞에 서면

죽은 공장이 옛 동료를 알아보고 컹컹 짖어댄다.

-월간 ‘현대시학’ 에서

 


 

십 몇 년간 잘 돌아가던 공장이 문을 닫았다면 그것은 분명 노동자의 일할 권리를 박탈하고 가족을 해체 시키며 사회를 파괴하는 악성 바이러스라 할 수 있다. 죽은 공장은 법정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사회의 악이다. 그리고 나와 가족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죽음으로 내 모는 악성 종양이기도 하다. 직장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함께 웃고 함께 울던 동료들, 동료가 아니라 동지라고 부르는 그들 앞에서 평생 업보처럼 짊어지고 가고 싶은 터전이 몰아치는 감원 태풍에 날아가 버렸다. 우리의 삶에 이런 서글픈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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