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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콘트라베이스

 

콘트라베이스

/이윤훈

광릉 숲 크낙새 나무 쪼는 소리에 그는

새삼 제 속 텅 빈곳을 들여다보았다

빛이 드는 창가에서 오래도록 그는

침묵이었다

그 누구의 것도 되지 못한 그 속에서

크낙새가 콕콕

그의 일 초 일 초를 쪼아내고 있었다

부리 부딪는 소리가 손목에서 톡 톡 뛰었다

톱밥처럼 날아가 쌓인 시간

그 더미에서 생목 냄새가 뭉실뭉실 피어올라

그를 감쌌다 그가 숨을 깊이

들이쉬자 그의 목숨을 잡아주던 줄들이

팽팽해졌다 그는 숨 줄을 고르고



어둠과 빛 속을 갈마들며 활을 문질렀다

숨어있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나직이 울던 그는 그제야

제 속 텅 빈 곳이 제 둥지임을 알았다

크낙새 알 같은 온음표 한 알 따습게

생의 마지막 마디에 품고 싶었다

 

 

 

꼭 실의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슬퍼집니다. 마음의 빈곳들이 늘어납니다. 시간이 관여하는 공간입니다. 이 시에서는 그 빈곳이 먼지의 더께가 아닌, 가장 낮은 음역대의 소리를 내는 악기가 되었습니다. 나무와 시인의 호흡과 크낙새의 부리가 합체가 되었습니다. 그 때 빈곳이 팽팽해지는 것입니다. 공명통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제 자신도 몰랐던 울음이 고였다가 흘러나오는 곳. 그곳이 중심임을 깨닫습니다. 나이거나 너, 친구이거나 가족, 그리고 기억들이 둥근 집을 짓고 있는 곳. 지나온 꿈들이 있어서 지문의 궤도가 넓어지는 처소이겠습니다. 눈물의 점성이 더해지는 곳이겠습니다. /김유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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