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사회]학교는 페미니스트 교사가 필요합니다
[시민과 사회]학교는 페미니스트 교사가 필요합니다
  • 경기신문
  • 승인 2017.09.1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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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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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영 ㈔수원여성의전화 대표

지난 8월 인터넷 매체인 닷페이스에 인터뷰동영상을 통해서 ‘학교에 페미니즘교육이 필요한 이유 세가지’를 게시한 교사가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개인의 신상이 공개되고 인신공격을 받는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얼마 후 장애인 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사람들 앞에서 장애를 가진 자녀부모님들은 무릎을 끊고 호소하는 기사를 접하면서 우리는 누구와 함께 사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이 일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회는 누가 이끌어가고 있는 것인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끊임없는 구별짓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초등학교를 제외한 중고등학교를 여학교만 다닌 나에게 학교 교육은 ‘순결’을 가르쳤으며 ‘현모양처’가 되는 것을 알려주었다. 주체적 인간으로서 어떻게 함께 살아야하는지 보다는 여성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을 나열해서 배운 기억밖에는 없다.

전체 반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부모님의 학력 부모님이 무엇을 하는지 집에 텔레비전이 있는지 형제들은 몇 명인지 등 손을 들어서 가정환경조사를 받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딸들만 있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부모님의 학력을 속였고, 우리 집이 가난하다는 것을 속였다. 여자로서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더 부끄럽고 노는 여자애로 낙인찍히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자라오면서 수없이 당한 성추행은 불쾌하고 나를 힘들게 했지만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되는 금지어로서 나에게 인식시켰다.

대학을 가기 위해서 배운 여러 과목은 살면서 유용하게 쓰이지 않았다. 성욕은 남성에게만 부여되어 ‘남성의 성욕구는 참을 수 없다’로 규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것이고 ‘힘’으로 상징되어왔다. 자라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들은 다리를 오므리고 앉아라, 정숙해야 한다 등이다. 내가 뛰거나 목소리가 높으면 ‘계집애가 드세다’라고 걱정을 늘상 들어야 했다. 이러한 것들은 다른 학문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설명되지 않는 것들을 스스로 찾기 위해서 페미니즘 공부를 한 것이다. 남성과 여성을 구별짓거나 공동체 삶을 살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무엇인지 존중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 위해서이다.

그것들은 학교 과정에서 배우고 알아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입시라는 틀 안에서 성적 순으로 평가하는 학교는 이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평등은 정상으로 규정하고 맞추는 것이 아니라 소외되는 부분의 균형을 맞추고 나서 평등을 얘기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세계는 다양한 사람들이 같이 공동체를 형성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내게 하기 위해서 모두에게 교육은 절실하다. 그것이 학교라고 본다.

공동체로서 삶을 함께 사는 것에 대해서 설명을 할 수 있는 페미니즘교육은 학교현장에서 필요하다. 페미니즘은 남성여성의 자리싸움이 아니다. 학문의 하나 일뿐이며 사회에서 매일 쏟아지는 폭력문제를 알기 위해서 그 학문을 가져와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 교사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 교사의 행동이 어긋나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 중립이 얼마나 가능한 것인가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 판사가 피해자와 얼마나 합의를 하려고 노력했는지 가해자에게 묻는다. 그 합의 과정에서 2차 피해를 가해자에게 받는지 설명되어지지 않는다. 인간은 주체적으로 삶을 살기 위해서 정치적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특별한 정치가 아니라 일상에서 생활정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특히, 성에 기반한 폭력들을 설명하는데 페미니즘을 차용한다는 것이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그들의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페미니스트 교사라는 이름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에게 용기와 지지를 보낸다. 이러한 변화는 간절하기 때문이라 본다. 더 이상 방관자로서 우리는 남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변해야 한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곳이 학교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더 이상 구별짓기 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학교는 페미니스트교사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 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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