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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끊어질 때까지 연주할 겁니다”

데뷔 60주년 맞은 사물놀이 명인 김덕수
내달 3일 예인인생 60주년 공연
관객과 신명 나누는 일 가장 행복
신명 세계화… 유산 체계화 부터

“쓰러질 때까지 해야죠. 숨이 끊어질 때까지 연주할 겁니다.”

올해 데뷔 60주년을 맞은 사물놀이 명인 김덕수(65)는 아직도 1957년 9월 9일 추석 바로 다음 날을 또렷이 기억했다.

다섯 살 꼬마 김덕수가 남사당 풍물패와 함께 충남 조치원의 시끌벅적한 난장 터의 한복판에서 ‘데뷔식’을 치른 날이기 때문이다.고깔을 쓰고 어른들의 어깨 위에 올라 재주를 부리는 꼬마 ‘새미’가 그의 첫 역할이었다.그는 “사람들은 날 보면서 환호했고, 천하는 다 내 눈 밑에 있더라.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그 황홀한 기분으로 60년째 장구를 들고 세계를 누비고 있다”며 웃었다.내달 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예인인생 60주년 기념공연-신명’을 여는 그를 최근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홀에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데뷔 60주년을 맞은 소회는 어떤지.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저 스스로도 장구채 하나 잡고 60년을 살아온 게 신기하다. 한편으로는 60년간 내가 무엇을 했는지를 제대로 정리해서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도 더 절실히 든다.

- 늘 ‘타고난 광대’라고 말하고 다닌다.

난 절대적으로 타고난 광대다. 광대의 상징은 웃음 아닌가. 서양 광대 피에로가 울고 있는 거 봤나. 전통을 계승하고 재창조하고 사람들과 그걸 나누는 게 내겐 기쁨이고 행복이다. 관객들과 신명과 에너지를 나누는 광대의 삶이 내겐 가장 행복하다.



꽹과리, 북, 징, 장구. 이 네 가지 물건으로 1978년 ‘사물놀이’를 처음 만들어냈다. 내년이면 40주년을 맞는 사물놀이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네 가지 악기가 가진 포용성이다. 감히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이 네 가지 악기만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울림이 있으면 대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민족의 삶 속에서 만들어진 우리만의 리듬 구조이자 문법이기 때문이다.

이 네 가지 악기는 초상 때도, 전쟁할 때도, 보리밟기할 때도, 모내기할 때도, 잔치에서도 울렸다. 그래서 세계인들이 초대해주고 대우해주는 거다.

그들이 갖고 있지 않은 리듬 구조이기 때문에. 이 네 가지 악기로 처절한 애원부터 강력한 우주의 대폭발 사운드까지를 다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운 거다.



60년 전 조치원 난장 터부터 세계 유수의 공연장까지 ‘길 위의 삶’을 지속하고 있다. 고단함을 느끼진 않나.

전통 연희뿐 아니라 서민들의 풀뿌리 문화가 대체로 인정을 못 받는 게 아쉽다. 60년 전 아버지를 따라 남사당패에 들어갔을 때도 어머니가 극심하게 반대하셨다. 그때만 해도 가장 천시받던 직종 중 하나였으니까.



그럼에도 여전히 광대인생을 지속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이 아름다운 우리 소리가 자손만대에 지속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자사자 여기에 매달리고 있다. 그래서 쓰러질 때까지, 숨이 끊어질 때까지 장구채를 잡을 거다.



더 이루고 싶은 계획이 있다면.

덩실대는 신명을 세계화하기 위해 우리 유산을 이론화·체계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우리 공연예술을 지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스탠다드를 정립해 세계에 보급하는 게 내 남은 과제라고 생각한다. 세계태권도협회와 같은 세계사물놀이협회도 창설하고 싶다. 세계의 음악 교실에서 사물놀이가 교육되길 바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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