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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하와이의 오보 경보

 

하와이에서 난리가 났었던 모양이다. 13일(현지시간) 오전 하와이 주민 휴대전화에는 ‘하와이로 탄도 미사일 발사. 즉시 대피처를 찾아라. 이건 훈련이 아니다’라는 비상경보 메시지가 떴던 모양이다. 이 경보는 임무교대 시간에 담당자가 버튼을 잘못 눌러 발생한 단순 실수로 밝혀졌다. 그런데 이 문자 메시지 때문에 하와이 전역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문자를 받자마자 울기 시작한 사람도 있었고, 운전자들이 차를 놔두고 터널 안으로 대피하는 바람에 도로는 텅 빈 차량으로 가득했었다고 한다. 하와이 주정부와 미국 정부가 나서 이 경보가 허위임을 밝혔지만, 이미 혼란이 휩쓸고 간 이후였다. 이런 하와이의 사례를, 우리도 오보를 하면 안되겠다, 그래서 철저히 경보 시스템을 정비해야겠다는 수준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와이에서 관광객을 비롯한 주민들이 패닉 상태에 빠진 직접적인 이유는 그들의 심리 깊은 곳에 북한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만일 외계인이 침공했다는 소식이 문자메시지로 전파됐다면 사람들은 이 정도의 패닉 상태에 빠졌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만우절 날 영국의 BBC는 이른바 hoax 뉴스(장난스럽게 남을 속이는 뉴스)로 외계인 침공 소식을 전했지만 사람들은 그냥 웃어 넘겼다. 그 날이 만우절 날이고 또 외계인이 지구로 날아와 침공할리 없다는 생각들을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오보로 하와이 사람들이 패닉에 빠진 것은 북한의 공격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북한을 잠재적 위협 국가가 아니라 실제적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국가로 본다는 말이다. 이런 심리가 미국인들의 심리라고 할 때, 지금 우리가 보이고 있는 북한에 대한 태도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평창올림픽 때 예술단을 보내고,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IOC측이 고려중이라고 북한은 밝혔다. 그리고 남북 공동 입장 역시 남북 간의 논의 대상인 모양이다. 이런 모습은 감성적 민족주의 측면에서는 감동을 줄 수도 있겠지만, 여러 문제점을 야기할 수도 있다. 우선 남북 공동입장만 해도 그렇다. 역대 올림픽 역사상 개최국이 자국의 국기를 들지 않고 입장한 경우는 없었다. 일부는 남북한의 관계 회복을 위해서라면 우리가 태극기를 포기하고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을 하는 정도는 해줄 수는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말들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우리가 북한과 공동입장을 하며 평화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평창이후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시작했을 때, 북한이 가만히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평화 공세 직후 도발을 감행했던 적이 있다. 만일 공동 입장을 하고 단일팀을 구성하고 그래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다손 치더라도 4월 중순 이후에 북한이 도발해 올 경우, 세계가 우리를 어떤 눈으로 바라볼 지를 한번쯤은 생각해야 한다. 극단적인 추론이지만, 우리와 북한을 묶어서 보는 나라도 생길지 모른다.

이런 측면 말고도 문제는 또 있다. 단일팀 구성 대상으로 회자되는 여자 아이스하키 팀은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남북 화해무드를 위해 희생하라는 소리밖에 나올 수 없는데, 올림픽만 바라보고 그동안 쏟았던 우리 여자아이스 하키 팀의 땀과 노력은 누가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만일 이들에게 남북의 평화를 위해 희생하라고 한다면, 누군가는 남북의 평화와 북한의 비핵화를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누구도 그런 능력은 없다. 잘못하면 남북관계는 남북관계대로 위기에 빠지고, 여자아이스하키 팀만 희생시키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지난 일요일, 북한은 평창올림픽과는 별도로 국제사회의 제제에 계속 동참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를 문제삼고 나왔다. 이는 평창올림픽 참가를 자신들의 선전 수단으로 생각하고, 우리를 국제사회의 대북제제 대열에서 분리시킨다는 자신들의 의도가 잘 먹히지 않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북한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존재다. 하와이 주민들이 놀랐던 이유를 우리도 공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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