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이준구의 世上萬事]리비도(libido)와 미투(#MeToo)

 

리비도(libido)라는 말이 있다.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프로이드가 제시한 개념으로 성적충동의 심리학 용어다. 인간이 본래 갖고 있는 성적 욕구인데, 정신분석학 용어로는 성본능(性本能) 또는 성충동(性衝動)을 뜻한다. 넓은 의미의 해석으로는 성적 욕망을 뛰어넘어 인간이 갖고 있는 본능적인 에너지를 뜻한다. 즉, 리비도는 라틴어로 욕망을 뜻하는 단어이듯이 욕망이 만족을 향해 움직일 때 분출되는 에너지 전체를 지칭한다고 한다.

어제 검찰에 출두한 안태근 전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당했다고 서지현 검사가 폭로한 지 한달이 넘으면서 시작된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각계에서 마치 봇물같이 터지고 있는 이같은 상황으로는 그 끝이 어디일지 아무도 모른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인물들의 성추행이 폭로돼 국민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검찰에서부터 연극계 문화계 학계 심지어 종교계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사회 전반으로까지 번질 게 확실해지는 상황이다. ‘견강부회(牽强附會)’의 해석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프로이드의 ‘리비도 이론’에 견준다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어쩔 수 없는 성충동이었다면 면죄부를 줄 수 있을까? 그러나 그건 아닌 것 같다.

본능적인 에너지를 발산하기 위한 성충동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다. 성욕의 발생과 그 해소는 식욕이나 수면욕 등과 마찬가지로 매우 당연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인간은 동물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인격이라는 것이 있다. 인격적인 행동을 하지 못한다면 그건 동물과 다를 바가 없다. 성추행이나 강간을 저지르는 인간의 무리들은 성범죄자들이다. 나아가 정신병자로도 분류될 수 있다. 연극인 이윤택의 십 수 년간에 걸친 성추행 행태의 경우를 보더라도 성도착증에 가까운 성욕해소를 위해 끊임없이 실제 대상을 물색하고 또 아무 스스럼 없이 이같은 행위를 자행했다는 것은 동물에 가까운 행동이다.

인간은 번식 목적 이외에도 동물과는 달리 보다 발달된 형태로 성생활을 누린다고 한다. 일생동안 수많은 파트너를 두기도 한다. 그중에는 결혼이라는 사회적 약속을 통해 제한된 상대와만 사는 것이 사회적 규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와 자식이 버젓이 있는 중년을 훨씬 넘긴 사람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추행을 일삼는다면 그건 성범죄자일 뿐이다. 이들은 ‘동의 없이 남의 집에서 잠을 자면 안 된다(주거침입)’라든지, ‘돈을 내지 않고 음식을 훔쳐 먹으면 안 된다(무전취식)’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규범과 도덕 등 제약을 망각하고, 범죄를 저지르면서 욕구 해소를 자유롭게 한 파렴치범과 다름 없다.

인간은 이성과 감성이 늘 마음속에서 싸우고 있다. 성욕이 발동한 감성과, 추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이성과의 싸움에서 이성을 우선해야 하는 게 인간이다. 인간은 본능에만 의존하는 짐승과 달리 높은 수준의 지능으로 사회의 규범과 도덕에 맞추어 절제를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사람은 당연히 성욕의 해소와 절제의 균형을 잘 맞추며 살아가야 한다. 심지어 일부 종교인 등은 차원 높은 정신적 절제를 통해 스스로 성욕을 차단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알렉산드리아파를 대표하는 기독교의 교부 오리게네스가 금욕주의에 따라 수도생활에 반대가 된다고 거세까지 한 것은 아주 유명한 얘기다. 성추행 논란으로 요즘 시끄러운 어느 사제와는 크게 대별되는 사례다.

성은 깨끗하고 서로가 사랑할 때 일어나는 것으로 가장 순수해야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윤택은 “성관계를 한 것은 맞지만 폭력적이거나 물리적인 제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함께 즐겼다는 의미의 이같은 어정쩡한 해명이 오히려 피해자들이 분노했고, 미투운동이 더욱 확산된 계기가 됐는지도 모른다. 한순간의 그릇된 욕망으로 평생동안 쌓아놓은 공든 탑들이 무너져내렸다. 성추행을 시도하면서 ‘나도 내 몸을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네가 이해좀 해줘’라는 한 종교인의 말을 ‘리비도의 해소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해석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이 기회에 반드시 사라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