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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잊혀진 촛불

 

‘뇌송송 구멍탁’……10년 전 쇠고기 파동 때 피켓에 등장했던 구호다. 그런데 그랬던 광우병은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2003년 미국의 광우병 발생으로 중단되었던 쇠고기 수입이 2006년 ‘30개월 미만, 뼈를 제거한 고기’라는 조건으로 재개되면서 광우병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다. 그 후 2008년 4월 29일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가 방영되면서 수입반대 여론이 폭등하였다. 5월 2일 시작된 청계광장 촛불집회는 ‘72시간 연속 촛불집회’ ‘100만 촛불대행진’ 등 당시 역대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로 100일 이상 계속되었다. 아이들 먹을 것을 방치할 수 없다며 젖먹이를 데리고 집회에 참가한 ‘유모차 부대’가 생겨날 정도였다. 1천700여 개 시민단체가 모인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이를 주도하였다. 5월 7일에는 국회에서 쇠고기 청문회가, 8월 1일에는 쇠고기 국정조사가 시작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하였고, 청와대와 내각을 전면 개편하였다. 결국 정부는 미국과 추가 협상을 벌여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 30개월 미만 쇠고기 중 뇌, 눈, 척수, 머리뼈 수입 금지 등을 이끌어냈다.



정파적 불신과 소통부재가 불러온 광우병 촛불집회

그런데 1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다. 쇠고기 파동으로 수입 1위를 호주에 넘겨주었던 미국은 2016년 17만7천t으로 1위를 되찾았다. 작년 기준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12억2천만 달러로 일본 18억9천만 달러에 이어 세계 2위이며 미국 전체 수출의 17%를 차지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온 국민을 불안과 분노에 떨게 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변한 것도 없이 원상복귀 되었고 우리는 10년 전 촛불을 잊었다. 아무튼 광우병문제가 제기된 2003년부터 15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렸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10년 전 파동은 2006년 본격 시작된 한미FTA의 일부분이었다. 한미 양국은 2007년 4월 2일, 14개월간의 협상 끝에 FTA를 타결하였다. 이후 2011년 11월 22일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그런데 2008년 2월 25일을 기점으로 대통령이 노무현에서 이명박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시절 추진된 한미FTA를 비준단계에서 대통령이 바뀌자 이를 추진했던 열린우리당이 비준을 격렬히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자 한미FTA 개정을 요구한 것을 보면 당시 우리가 유리한 협상을 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쇠고기 파동도 그 일환인데 당시 이명박 정부 초기였고 대응방식도 부적절했다. 시위대의 청와대 진출을 막기 위해 ‘명박산성’으로 불린 컨테이너 장벽이 등장하는 등 소통의 부재가 쇠고기 파동의 본질이다.



전문가의 판단에 맡기되 국민은 정치적 추인과 추궁을

대규모 촛불집회는 애당초 정파적 불신과 소통의 부재가 낳은 현상이었을 뿐 집권당이 바뀌고 세월이 흘렀다고 문제가 저절로 치유될 수는 없다. 쇠고기 수입여부나 한미FTA는 국민들이 직접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전문적인 문제다. 이런 문제에 대한 판단은 전문가들 몫이다. 국민들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정파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진영논리에 갇혀 정파를 달리하면 무조건 틀리다고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이 직접 나서는 경우가 많고, 결국 선동적인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 비극이다. 그 섣부른 결론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담당부처 공무원들과 재야 학자들, 여야 국회의원들 간에 적절한 결론이 도출되어야 하고 최종 결정은 대통령과 여당의 몫이다. 이 때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지만 이는 과정을 공개하고 결론에 대하여 국민 다수의 동의를 구하라는 것이지 국민에게 결정을 맡기라는 것은 아니다. 이 전제가 무너지면 국가적으로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없게 된다. 최근 원전 건설문제에 이어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심지어 남북, 북미대화도 여론을 살펴 진행된다. 이런 복잡하고 전문적인, 정책적 판단을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대통령과 정부, 국회의 책임회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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