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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농경문 청동기와 친경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연일 화제다. 각 나라 정상들의 뉴스를 접하다보니 청동기시대의 문화유산인 농경문 청동기와 조선시대 국왕의 의례 중 하나였던 친경례가 생각난다. 오늘은 농경문 청동기와 친경례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농경문 청동기는 국립중앙박물관 청동기실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문화유산이다. 청동기시대의 유물로 꽤 알려진 문화유산이라 사실 실물을 접하면 생각보다 작은 사이즈에 꽤나 당황스러운 문화유산이다.

손바닥 만한 크기의 농경문 청동기는 양면에 당시의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문양이 새겨져 있다. 한 면에는 나뭇가지 위에 새가 앉아 있는 모습, 즉 솟대가 그려져 있다. 솟대가 그려진 반대편에는 3명의 사람이 새겨져 있는데, 한 명은 항아리에 두 손을 뻗고 있는 모습이며, 또 다른 한 명은 괭이를 높이 들어 땅을 내리치려는 듯한 모습이다. 마지막 모습의 사람은 따비로 밭을 가는 모습이다.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농기구인 따비와 괭이가 눈에 띈다. 놀라운 것은 괭이의 모습이다. 청동기시대의 괭이의 모습이 현재 구입 가능한 괭이의 모습과 똑같다는 것이다. 그 오래된 시기에 사용하던 농기구가 현재의 농기구와 같은 모습이라니 참 놀라운 디자인이다.

이 농경문 청동기에서 더욱 신기한 것은 따비로 밭을 가는 사람이 옷을 벗고 있다는 사실이다. 옷을 벗고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인데, 이들이 나경을 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에 대한 단서는 조선시대의 기록에서 살펴볼 수 있다. 미암 유희춘 선생이 남긴 ‘미암선생집’에는 풍년을 기원하는 평안도와 함경도 지방의 풍속에 대해 알려주고 있는데, 입춘이 되면 관아에 집결해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심고 거두는 형태에 따라 수확량을 점치는 의례가 행해진다.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하는 이 의례에서는 밭 가는 자와 씨 뿌리는 자는 반드시 옷을 벗어야 하며, 이는 추위를 이기는 씩씩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청동기시대 지배자가 중심이 되어 행해진 이 의례는 부족민들의 풍요를 기원하는 행사였다. 청동기 시대 이 ‘나경’이 있다면, 조선시대에는 국왕의 ‘친경례’가 있다.

친경례는 의례용 토지인 ‘적전(籍田)’에서 행해지는 국왕의 농경시범이다. 왕이 봄에 밭에 나가 직접 쟁기질을 함으로써 농사의 시기가 왔다는 것을 백성들에게 알리고, 그럼으로써 백성들이 농사일을 함에 있어 때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래서 백성들이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농경의례이다.

역대 친경례를 가장 많이 행한 임금은 영조다. 영조는 총 4회의 친경례를 행했다. 그 뒤를 잇는 임금이 성종으로 3회의 친경례를 행했다. 하지만 성종대의 친경례는 출궁과 퍼레이드 그리고 다시 궁으로 환궁하는 이 시간이 축제의 장으로서 기능이 컸다. 즉 본래의 권농과 백성을 위한 풍요의 목적보다는 백성에게 보이기 위한 과시적 성격이 더 강했던 듯 하다.

그래서였을까. 중종 대에는 신하가 친경례를 만류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퍼레이드 행사를 축소하는 형태로 어렵사리 2번의 친경례가 행해진다. 이후 광해군대와 숙종대를 거치면서 친경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졌으며, 이는 영조대에 와서야 본래 목적인 권농과 백성을 위한 풍요의 성격을 회복하게 된다.

청동기시대의 ‘나경’과 조선시대의 ‘친경례’에서의 공통점은 백성들의 풍요를 기원하는 의례라는 점이다. 하지만 그 의례가 어떤 지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퍼포먼스’로만 그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복잡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의 우리는 이 ‘진정성’과 ‘퍼포먼스’를 구분할 수 있을까. 2차 남북회담을 마치고 국민 앞에 선 대통령의 모습에선 ‘퍼포먼스’보다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조만간 6.13 지방선거의 날이다. 대한민국과 우리를 위해 ‘퍼포먼스’보다는 ‘진정성’을 가진 리더들은 누구일까. 농경문 청동기와 친경례를 접하면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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