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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될 성 부른 나무

 

 

 

하루가 다르게 차오르는 푸른 잎들로 허공이 좁아든다. 푸른 영역을 넓히며 출렁이는 것들이 영락없는 파도다. 바람 따라 눕고 서는 것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에 푸른 물이 들 것 같다. 올봄 넉넉한 강수량 덕분에 수목과 농작물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덕분에 잡초도 천국이다. 뽑고 돌아서면 또 풀이다. 채마밭에 빼곡하게 난 풀을 뽑는다. 풀을 뽑으며 고민에 빠진다. 풀을 뽑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아니면 풀을 그냥 놔두고 필요한 야채만 뜯어 먹는 것이 좋을지 생각하게 된다.

풀 속에서 웃자란 야채가 풀을 뽑으면 의지할 곳이 없는지 픽픽 쓰러지기도 하고 풀에 따라 뽑히기도 하니 난감한 일이다. 다소 희생을 치르더라도 풀을 뽑아주면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으며 제대로 자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놔두면 풀 뽑는 수고로움도 덜고 아쉬운 대로 야채를 먹을 수 있으니 그 또한 나쁘지 않는 방법이기는 한데 이 풀들의 씨앗을 다 받는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잡초를 뽑으며 잡초같은 고민에 빠진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계산보다는 한 치 앞만 내다본다면 풀을 뽑는 것이 당연한 것임을 알면서도 잠깐 주춤거린 어리석음을 탓하며 풀을 뽑는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과 흙이 범벅이 된 채 제초작업을 하고 나니 채마밭이 훤하다.

어쨌든 속이 시원하다. 당장은 야채를 먹을 수는 없겠지만 며칠 후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는다면 더 건강하고 싱싱한 야채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곡식이 자란다는 말이 실감난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면서도 당장 부딪혀야할 현실이 두려워 피한다면 자꾸 문제는 커지고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도 막는 불상사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공약을 내건 후보들로 거리가 왁자하다. 도로를 확장하고 가족의 행복을 위하여 이런저런 센터를 건립하고 일자리를 마련하고 교육을 책임지겠다고 장담하는 후보들의 목소리가 거리를 누비고 다닌다.

실천 가능한 공약인지 아니면 선거용 홍보 멘트인지는 따져보고 검증해 봐야 알겠지만 선거철만 되면 쏟아지는 공약들이 알곡보다 쭉정이 인 것도 많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준비된 후보를 검증하고 가려내어 내 지역의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꾼을 뽑아주는 일이 중요하다.

점점 살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항간에는 그 사람이 그 사람이지 바꿔본들 별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말을 하는 사람도 만나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꼼꼼해 따져 제대로 된 일꾼을 뽑아내는 일이 유권자로서의 권리이고 의무이기도 하다.

잡초를 뽑는다고 알곡을 뽑아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말자. 잡초가 무성해지기 전에 잡초를 가려내고 알곡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자랄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줘야 한다. 유권자는 유권자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고 후보자는 실천가능한 공약과 진실하고 정직한 자세로 선거에 임할 때 우리는 좀 더 성숙한 문화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잡초를 제거하고 알곡이 잘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처럼 민주주의의 꽃인 지방선거를 잘 치러서 좀 더 안정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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