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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살리기 머리 맞댄 주민들… 들러리 아닌 주인공으로 거듭

 

 

 

고양시 풍산동주민자치회

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같은 동에 살고 있어도 윗집, 아랫집, 앞집,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여 이웃을 알지라도 만나면 어색해서 인사만 하는 정도거나 인사도 아예 안하는 경우도 많다. 주민공동체 의식이 조금만 있다면 어색하지 않은 이웃주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까. 풍산동 주민들은 공동체활동 의식 속에서 하나가 되고 있다. 바로 고양시 풍산동주민자치회 덕분이다.

작년부터 ‘단풍골 공감마루 토론회’ 열고
소통 부족한 아파트 주민들 참여 유도
주제별 의견 수렴… 공동체사업 이행

지역화폐 ‘그루’ 통해 상인-주민 윈윈
재능기부·일자리 창출 연계 ‘선순환’
시니어요리 동아리 회원들 기부로
주민센터 나눔냉장고에 반찬 제공도

 

 

 

 

풍산동주민자치회는 올해 3년차, 만 2년이 조금 넘은 단체다.

지난 2016년 7월까지 풍산동주민자치회는 풍산동주민자치위원회라는 이름이었다.

당시 풍산동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자치의 활동이 거의 없었다. 한 달에 한번 회의나 동네 청소, 마을 가꾸는 정도의 활동 뿐이었다. 점차 활동이 줄면서 해체된 주민자치위원회는 다시 풍산동이 자치의 시범 동으로 선정 되면서 풍산동주민자치회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변모했다.

최효숙 풍산동주민자치회 회장은 자치회가 예전 위원회처럼 그냥 모여서 밥이나 먹고, 주민 공동체 참여도 잘 안하는 그저 노는 친목회 같은 단체에 머무는 데 반기를 들었다. 그는 우선 사전 서류를 받고 대면 면접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공동체 활동에 힘써줄 사람을 일일이 찾았다.

그렇게 해서 모인 단체가 풍산동 주민자치회다.

주민자치회의 회원들은 대부분이 주민들인데 구성원들이 다양하다. 공직에 있다가 퇴직한 사람, 퇴임을 앞둔 군 장교, 학원 강사(2~3명), 논술선생 등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풍산동은 약 90%가 아파트 단지로 구성돼 있고 10% 정도가 농가인 마을이다. 아파트 간 주민들의 소통이 부족함을 느낀 풍산동주민자치회는 주민참여를 위해 2017년부터 단풍골 공감마루(주민총회) 준비 위원을 구성 하고 각 아파트 단지를 찾아다니며 소그룹 토론회를 마련하는 등 주민 역량강화교육에 힘썼다.

단풍골 공감마루는 매년 1~2회 10년 이상 장기 거주자, 1년 미만 전입자, 재능기부자, 학생·청소년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 구성해 주민 교육, 토론을 가진다.

테이블 별로 마주앉아 주민자치회가 주제를 제시하면 구성원들이 토론하는 형태다. 지난 해 나눔·키움·어울림의 주제로 주민들의 많은 의견을 정리해서 마을 주민들에게 소식지 등을 통해 보게끔 하고 바로 이행했다.

풍산동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의 의견을 가지고 공감마루 준비위원회와 시·도의원들을 불러서 평가 회의도 진행했다. 평가 회의를 통해 나온 의견들 중 정부·도·시에서 해결 할 것들을 분류하고 주민들이 직접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이를 이행하고 진행 중인 것을 문자로 공유하기도 한다.

 

 

 

 

풍산동주민자치회는 마을 공동체사업의 일환으로 지역화폐 ‘그루’도 시행중이다.

주민자치회 자체 조사 결과, 상가들 중 문을 닫는 곳이 속출했고, 이는 풍산동 내 유동인구가 적은 것이 문제로 판단됐다. 그래서 이들은 외부로 유출되는 주민을 어떻게 하면 잡아 둘 수 있을지 고민했다.

지역화폐가 바로 이 해결책이었다.

2014년에 처음 유통을 시작한 지역화폐는 이제 정착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또 지역화폐를 일자리 창출과도 연계했다. 지역 내 대표적인 상가단지를 ‘그루’ 가맹점으로 등록 해 그루회원에게 할인을 제공해주고, 상가에는 인력을 제공해주는 것.

즉, 주민자치회는 그루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재능기부자를 관리하고, 재능기부를 통한 사회적 가치를 일자리와 연계해 개인은 지역상가의 인력이 부족할 때 품을 제공하며 지역화폐를 적립하고 이를 지역상가에서 사용함으로써 자원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안에서 선순환하는 지역경제 활성화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이들의 지역화폐 ‘그루’는 봉사, 기부, 공동체활동 등에 참여한 사람에게 포인트를 준다. 그 것들이 누적이 되면 2달에 한번 씩 나눔의 장을 열어 주민들이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다.

풍산동 주민자치회의 보금자리는 풍산동 주민센터다. 1층 공무원들 뒤쪽에 작은 방이 이들의 보금자리다. 또 옆방에는 주민자치회와 주민센터가 같이 준비한 20평 정도의 별도 공간도 마련, 주민들에게 물품을 대여해주고 있다.

 

 

 

 

 

 

하지만 풍산동에 거주하는 4만여명의 주민과 소통하기에는 이 공간이 협소했다. 최 대표는 “주민과의 소통의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주민총회 때 주민센터 신축과 증축 등의 얘기가 오가곤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경기도의 마을공동체 사업에 선정, 공간조성사업의 일환으로 풍산동 숲속 5단지 내에 낙후된 도서관을 주민들의 네트워크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최 대표는 “주민자치회에서 따로 사용은 안하고 아파트 단지 내에 있으니 그냥 주민들을 위한 공간활용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은 주민센터에 ‘나눔냉장고’를 설치 해 저소득·소외계층·어르신들에게 반찬을 제공하고 있다.

나눔 냉장고의 주인은 주민자치회에서 만든 시니어요리 동아리 회원들이다. 주민자치회는 은퇴 한 남자들이 집에 혼자 있으면 잘 음식을 잘 챙겨먹지 않는 점에 착안해 시니어요리를 구성했다.

풍산동의 한 요리학원의 강사가 재능기부를 해 이 후 회원을 모집했다. 시니어요리는 큰 성공을 하게 되고 많은 교육생들이 모여 지금 현재 그들은 모여서 동아리를 만들었다.

시니어요리 동아리 회원들은 자신들이 만든 요리를 노인정에 기부도하고 ‘나눔냉장고’에 반찬을 채워 넣으며 공동체 활동에 힘쓰고 있다.

최효숙 주민자치회장은 “2019년에 따복 공동체 사업으로 요리 기부에 대한 것을 또 하고 싶다”고 전했다.

 

 

 

 

“회원끼리 하는 시대는 지났다… 주민이 할 수 있게끔 마당 펴주는 역할”

최효숙 풍산동주민자치회 회장

주민에 대표·역할·책임감 부여했더니

총회 필요성 인정… 참여·기부 뒤따라


- 풍산동주민차지회 회장을 맡게 된 계기.

원래 성격이 사람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주민자치회장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안바뀔 수가 없었다. 내가 바뀌어야 이 활동이 제대로 진행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서울에서 합창단도 하고 시낭송도 하다가 고양시로 이사 오게 됐다. 당초에는 이같은 생소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사올 당시 반상회가 있었고, 반상회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통장이 보고 추천을 해서 장학회 부회장직을 맡았다. 그 것이 시작으로 보람을 느끼면서 정착이 됐고, 이후 고양시 주민자치협의회장에 이어 현재의 주민자치회까지 오게 됐다.

- 주민들의 참여가 쉽지 않았을 거다.

주민참여를 지속적으로 유도했으나 참여를 꺼리는 분들이 많았다 ‘내가 왜, 귀찮게 왜나가야 하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마을을 위해 이런 사업을 하고 있다고 이해시키며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했지만 그 사람들한테는 ‘왜?’냐는 생각인 것이었다. 주민자치회를 하다보니 ‘저 사람 동사무소에 취직해서 돈도 벌어?’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일부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회의나 토론회 시 테이블 마다 주인공을 만들기로 했다. 주민에 대표성과 역할, 책임감 등을 부여한 것이다. 주민들이 더 이상 들러리 역할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러더니 굉장히 고마워하고 ‘아 이런 것이구나 주민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마을을 발전 시켜주는 총회구나’라는 것을 본인들이 인정했다.

이런 것에 성공을 하고 보람을 가졌다. 주민자치가 우리끼리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런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 회원들한테도 말했다. 우리는 당연히 주민들을 불러내는 것에 일조를 해야 하고 주민을 앞세워서 주민이 할 수 있게끔 마당을 펴주는 것이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제 하고자 하는 사업도 주민들이 많이 참여하고 재능기부들을 많이 해준다.

- 지자체에게 바라는 점은.

또 봉사지원 해 주는 분들에게 식비 8천원 정도가 주어진다. 그런데 각 동마다 늘 상주해 있는 동이 있는가 하면 잘 참여 안하는 동이 있다. 이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으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같다. 나와서 많이 해주는 동은 배려해 주면 안 될까 하는데 그 것도 이제 동마다 형평성에 맞게 줘야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욕심내지 않고 서로 협력하면서 봉사 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선에서 주민들이 웃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글·사진=여원현기자 dudnjsgu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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