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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

/서대선

깊은 산속
길도 없는 바위 고개
노루새끼 가무래한 주둥이로
이랫배를 톡톡 밀더니
달게 한 모금 먹고 간다

노루 발자국 산등성이
넘을 때 산토끼 깡충
뛰어들어 기다란 귀를
쫑긋거리며 마음 좋은 동네
어미젖을 얻어먹는다

불었던 보오얀 젖이 넘쳐

바위 위에 진 얼룩
밥풀처럼 붙어 있다.

- 시집 ‘빙하는 왜 푸른가’ / 문학세계 시인선·2019

 

 

 

 

봄비 시인이라 불리는 시집을 열어봤다. 화자가 물에 대한 수용성과 물의 질서를 탐닉하는 시선을 발견하게 된다. 소금꽃에서 보듯 맑은 물의 상징성을 반복한다. 삶 자체가 영혼처럼 투명하고 기대하는 인간과 자연의 순리지만 나눔과 배려 희생이라는 이중주의 원에서 얼마나 실천하고 예지하면서 질서의 순환을 받아들이는 일은 늘상 욕망에 의해 무산되기를 반복한다. 이병철 해설처럼 외롭고 쓸쓸한 타자, 상처입는 타자, 불완전한 타자의 아픔을 발견하고 치유하기 위해 타자의 품으로 돌아가는 긴 여정이다. 봄비의 시인이라는 이미지화 형성에서 시인은 문제를 해결하고, 의사를 소통하는 방식의 교훈적인 질서를 긴 목을 내밀고 있는 노루의 먼 산을 일깨우는 시간의 연속성을 사유하게 된다./박병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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