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사설]살아남은 자의 슬픔, 고(故) 석원호 소방관

살아남은 자는 슬프다. 누구나 죽는다지만 짧은 생은 새벽 안개같아 더욱 오랜 그리움으로 남는다. 이승과의 45년 인연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간 고(故) 석원호 소방관을 보내는 영결식은 그래서 더욱 ‘짙은 슬픔’이다.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절망감에 유족들은 치를 떨었을 것이다.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한 당혹감에 동료들은 숨죽여 흐느껴야 했다. 이제 그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는 그리움만 남겠다. 삶은 죽음이고 죽음은 그리움이 된다. 그래도 살아남은 이들의 생은 계속될 것이다. 슬픔을 도려낸 자리에 ‘석원호’라는 이름 석자를 심고 오래도록 추억하며 사는 삶이 남았겠다.

 

8일 안성시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葬)으로 열린 영결식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서로의 방법으로 그를 새겼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직에 몸담으며 봉사하는 삶을 살아온 부친을 본받아 소방관이 된 고인에게서 투철한 직업의식과 고결한 희생정신을 봤다”며 “지하에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화마 속으로 뛰어들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참된 소방관이었고 그래서 더 많이 아프고 안타깝다”고 추모했다. 이어 “소방관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 것에 가슴이 무너진다”며 “위법적인 요소 탓에 화재가 커진 것이 아닌지 면밀히 살피고 다시는 같은 이유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동료 대표인 송종호 소방장은 조사(弔辭)를 통해 “화마속으로 당신을 홀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그 순간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내가, 우리가 너무나도 원망스럽다”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소방관으로 국민 모두의 가슴속에 고이 남기를 바란다”고 슬픔을 전했다. 이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도 소방청장을 통해 조문을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고인은 15년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온 자랑스러운 소방관”이라며 “대한민국은 고인의 숭고한 희생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애절한 마음을 표했다. 대통령이 순직한 소방관에게 조문을 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고인에게는 1계급 특별승진과 훈장이 추서됐으며 유해는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도는 국가유공자 지정 추진을 통해 안타까운 희생을 기릴 예정이다. 그의 죽음 앞에 승진과 훈장이 무슨 큰 의미이며, 유족들에게는 얼마나 위로가 될까, 회의적이다. 그러나 살아남은 자들의 미안함이라 여기시고 부디 영면하시라, 최후까지 ‘참 소방관’의 길을 걸어간 고(故) 석원호 소방위여.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