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백]물건님 안녕하실게요
[삶의 여백]물건님 안녕하실게요
  • 경기신문
  • 승인 2019.09.1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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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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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시인
박미경 시인

“이 물건은 얼마시구요 저 옷은 얼마세요 모두 해서 얼마 내실게요. 안녕히 가실게요”

마트에서나 가게의 어떤 매장에 들러도 요즈음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물건이 사람보다 우위에 있고 사람처럼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듯 말하는 희한한 언어방식이다. 이런 말의 방식의 시작 즈음에는 언어의 오사용에 대해 말해 보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색해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들으며 자신에 대한 존대라고 받아들이는데 바르지 않은 말을 지적하자니 까칠하고 예민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대학 전공의 영향 때문만이 아니라 아는 범위에서 잘못된 방식이 귀에 거슬려 바른 사용을 권하려는 것인데 그렇게 느끼다니 혼자만 넘기지 못하고 못마땅하게 듣는 꼴이 되었다.

사물이 사람보다 높은 대접을 받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는 것인가. 연장자이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붙이는 ‘-(하,이)시다’라는 서술형 어미는 제대로 사용할 때도 한 문장 안에서는 한번만 사용하는 것이 규칙이라고 알고 있다. 형식적이고 진심없는 ‘-시다’를 과하게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듣고 있다 보면 사람이 불편하게 존대 받는 것인지 사물이 점잖게 존대를 받고 있는 것인지가 헛갈려 참으로 부담스럽다. 그렇게 사용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아무런 저항 없이 자연스럽게 된 지금이 언어의 시류인 것이니 변화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시작은 구매자의 권력을 누리고 싶어하는 손님에게 작은 어투로도 책 잡히지 않고자 세심하려 생각해낸 마트의 잘못된 직원교육에서 비롯되어진 오류라 한다. 하지만 개인의 힘으로는 힘들어서인지 고치려 하기보다는 그 말투를 사용하며 고착화 시키기까지 하는 듯 하다. 그러다 보니 잘못된 표현임을 알면서도 방기하는 사이 어느 결에 우리에게 통용이 되고 있다.

‘-시다’가 들어가는 말이 자신에 대한 존대의 어휘로 오해하고 사물과 자신의 중요도가 뒤바뀌었음을 인지하지 못한 채 순순히 듣고 아무렇지 않게 된 것이다. 물질이 우선이 되고 사람의 존귀함이 차순위로 밀린 결과라 할 만한 하나의 예이다.

언어는 사회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스스로 받고자 하는 존중을 타인으로부터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닌 형식적이고 겉치레로 잔뜩 치장한 과한 존대어가 전부라고 생각한 나머지 말의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에만 있는 존대어는 외국인들이 신기해 하면서도 우리만의 문화를 이해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똑같은 ‘밥’이어도 ‘식사’가 될 수 있고 ‘진지’가 될 수도 있는 언어의 다양한 쓰임도 놀라거니와 그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사용 낱말이나 어휘가 따로 있어 배움이 어렵기는 하나 익힌 후의 우리언어에 대한 평가가 사뭇 달라진다고 한다. 진심어린 존대어에는 예부터 내려온 웃어른과 상대에 대한 예의가 정중히 담아져있어 제대로 사용하게 되면 보이지 않게 우리의 의식 속에서 그런 정신이 저절로 체득되는 것이다.

말의 흐름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흐름에 잘못이 있다면 누군가는 아름답고 바른길이 있음을 알려야 한다. 알린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으면 알 길이 없음도 비난할 순 없다. ‘~시다’의 오용과 남용은 동방예의지국의 의미를 확대해석한 것은 아닐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말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새로운 언어방식으로 새 시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옳지 않은 것이 아니라 바르고 고운 우리말의 사용에 적절한 적용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할 것을 말한다. 아름답다고 알려진 우리의 말에 혼란이 가득하다.

버리지 말고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표현의 다양함과 활용의 우수성으로 견줄길 없는 우리의 언어는 칭송받고 계승시킬 우리의 사상과 정신을 담고 다듬어져야 하고 누구라도 쉽게 상용화하고자 한 애초의 목적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잘못된 사용이 있었음을 알아야 하고 고쳐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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