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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초동일(初冬日)

 

 

 

초동일(初冬日)

/백석

흙담벽에 볕이 따사하니

아이들은 물코를 흘리며 무감자를 먹었다

돌덜구에 천상수天上水가 차게

복숭아에 시라리타래가 말러갔다.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은 어제나 오늘이나 다름없다. 국가채무가 산더미처럼 늘어나고 있다는 방송이 어지럽다. 아무도 걱정하는 사람들이 없어 보인다. 가을의 끝이자 겨울의 초입으로 읽혀지는 초겨울은 따스한 볕의 따사로움이 가을을 남기고 맞는 시간의 여로다. 음산하게 춥거나 어두운 밤 동네를 거닐다 초가집으로 흩어진 친구들 생각이 난다. 쌀이 넉넉하지 않아서 고구마로 허기를 채우거나 옥수수를 쪄서 먹었던 유년시절이 있었다. 동네마다 감나무는 식욕의 미음이었고, 바다에서 잡은 짱뚱이며, 문저리는 일미 생선탕이었다. 사람들의 원초적인 순수함과 애틋한 정성들이 이 시에도 생활의 풍경을 그리게 하는 동시에 가난한 옛 시절의 쉼터 같은 시공간적인 배경들이 펼쳐있는데 때 아닌 궁핍한 생활들이 닥쳐올 어려운 경제의 시계를 일어나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사람들은 어렵다하면서도 복지에 시선이 가 있고 복지에 능숙한 사유들은 어려운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어 이를 어쩌나, 위기를 자신에게 돌리고 보니 더 불안한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다. 시인은 가난한 사람들의 밥 먹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국가를 생각하는 고뇌의 시간이 온 듯하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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