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좀비영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경기시론]좀비영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 경기신문
  • 승인 2020.02.0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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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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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택 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
오호택
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

 

영화 ‘부산행(2016)’에는 좀비들이 출현하자 군대가 동원되고, 사람들이 좀비를 피해 정신없이 도망가는 장면들이 나온다. 멀쩡하던 친구가 갑자기 좀비가 되어 달려드니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자기만 살려고 남을 비난하고 희생시키는 장면들도 나온다. 그런데 요즘 TV뉴스에서 실제 비슷한 장면이 연상된다. CNN과 BBC 등 외국 TV도 마찬가지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야기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정부의 초기대응 미흡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다.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하자는 사람들이 많고, 중국인에 대한 혐오사례도 많다. 중국 내에서는 우한 출신자의 방문을 막거나, 심지어 우한 출신자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준다는 지자체도 있다고 한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우한 거주 교민들을 국내로 수송하여 아산과 진천에 수용하기로 하자 주민들이 반대시위를 벌이기도 하였다. 2차, 3차 감염자가 발생하자 모두들 불안에 떨며 외출과 대인접촉을 꺼린다. 중국 내에서만 확진자가 1만 명을 넘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하자, 세계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좀비영화의 현실판

우리 정부도 우왕좌왕하였다. 중국과의 협상에 차질을 빚어 우한 거주 교민들의 귀국 일정이 연기되기도 했고, 비행기 내 좌석도 인접하게 배치되었다. 무증상자만 귀국시킨다고 했으나 도착 후 1차 18명, 2차 7명의 의심환자가 발견되었다. 교민들의 격리장소도 처음엔 천안이었고, 이들을 수송한 경찰들에 대한 격리조치는 미흡하였다. 확진자에 대한 관리미흡으로 2차, 3차 감염자가 나왔고, 검사에서 음성이었다가 뒤늦게 바뀐 경우도 있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정부가 정보를 제 때에 공개하지 않아 괴담이 난무했던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그 때 정부를 맹비난했던 야당이 지금의 집권여당이다. 정부는 바뀌었지만 국민이 볼 때 바뀐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물론 새로 발생한 변종 바이러스라 연구도 안 되어 있고 백신이나 치료약이 없다는 점은 이해가 된다. 정부의 보건인력만으로 확산방지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수긍할 수 있지만 대처과정에 아쉬운 점은 많다. 중국은 초기대응에 실패하였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초기에 중국정부가 사태를 축소하고 소극 대응한 것이 결정적이다.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우한시를 봉쇄하고 격리병동을 새로 짓고 대규모 인력을 파견하는 등 엄청난 노력을 했지만 이미 바이러스는 중국 전역과 세계로 퍼져나간 뒤였다.



정부와 국민 모두 주체적을 협력해야 극복할 수 있어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선제적 예방조치는 빠를수록 좋고, 과하다 싶을 만큼 강력해야 한다”며, 정부의 신속한 정보공개를 당부하고 ‘가짜뉴스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하였다. 국민들에게는 “신종 코로나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무기는 공포와 혐오가 아니라 신뢰와 협력”이라며 “국민의 성숙한 역량을 믿고, 정부도 더욱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이번 사태에서 국민들의 자발적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는 높지 않다. 정부 관계부처의 초기 혼선은 그렇다 치더라도, 의심환자의 동선 같은 필요한 정보의 늑장공개는 국민들의 불신을 키웠다. 가짜뉴스는 엄벌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를 신뢰할 때 없어진다. 정부의 대처미흡에 대한 야당과 언론의 비판을, 국가적 비상사태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 그들이 협조할 분위기를 깨는 것일 뿐이다. 아산과 진천의 주민들이 입장을 바꿔 우한 교민들을 수용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이 사태를 우리의 문제, 나의 문제로 인식했다는 뜻이다. 이런 주체의식과 책임의식은 정부가 국민을 단순한 행정객체로 인식하는 한 만들어질 수 없다. 정부를 믿어달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있게 평상시 신뢰를 쌓았어야 한다. 그래야 ‘마스크 사재기’ 같은 현상을 국민들 스스로 막게 된다. 이런 것이 진짜 협치(governance)다. 모든 좀비영화에서 정부는 문제해결을 못하며, 남을 배려하는 민간인 주인공에 의해 생존자가 나온다. 이번 사태에서 진정한 주인공은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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