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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의 시선]투명한 사회

 

 

 

중국인 의사 리원량 씨가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치료 받다가 엿새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후베이성 우한 화난 수산물도매시장에서 발생한 7명의 환자 병증을 공개해 코로나19의 존재를 최초로 세상에 알렸다. 그러나 중국 공안은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유언비어를 퍼트렸다며 탄압을 가했다. 그뿐 만이 아니다. 우한지역의 감염병 실태를 보도해 오던 시민기자 ‘천수스’ 등 많은 지식인의 행방도 묘연해진 상태이다. 중국당국은 실상의 공개를 통해 지혜를 모아 해결하기보다 되도록 축소하고 은폐하여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는 것 같다.

그 얼토당토않은 태도가 어떤 결과는 초래하고 있는가. 참으로 한심하다. 중국당국의 통계에 따르더라도 매일 수천 명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망자 수도 수백 명씩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여전히 언론에 비공식 통계가 보도되고 있다. 온갖 확인되지 않는 말들이 떠돈다. 어제는 영화감독 ‘창카이’의 일가족 4명이 감염된 지 20여 일 만에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는 보도다.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니 알려지지 않은 비극이 얼마나 많을지 모른다. 이러한 불신으로 중국인은 기피와 혐오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세계가 중국인의 자국 내 입국을 틀어막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마저도 마비시키고 있다. 폐쇄된 사회가 만들어내는 재앙이 아닌가.

중국을 G2 국가라고 한다. 요즘 그 자신감으로 미국에 맞서고 있다. 하지만 결코, 미국의 경쟁상대가 될 수가 없다고들 한다. 그 근거로 뿌리 깊은 중국의 „œ꽌시(關係)문화를 꼽는다. 매년 950여만 명이 응시하는 중국 대학수학능력시험 ‘카오카오’(高考)가 있다. 상위성적 1%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유학한다. 그런데 공부를 마치고도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철옹성보다 굳건하고 직물같이 촘촘한 „œ꽌시의 벽을 뚫을 수가 없어서란다. 이를테면 세계 70억 명의 역량을 활용하는 미국이지만 중국의 정치사회적 환경은 자국민 15억 명의 역량조차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어 그런다는 것이다.

다소 경중은 다르다. 선진국인 일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매일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다. 더군다나 감염경로가 추적되지 않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감염이라며 경고한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일본)국내에서 (코로나19가)유행하고 있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한 역학적 정보가 수집되지 않았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하기에 급급하다. 마치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의 태도와 닮아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이 오죽하면, 문재인 정부를 배워야 한다며 아베 정부에게 충고하고 한국은 전염병 관리에 성공하고 있다며 추켜세우겠는가. 그렇기에 불안하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출문제가 우리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한다. 일본의 코로나19 사태도 그리될까 걱정이다.

우리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메르스 첫 확진자의 발생 후 6일 만에 대통령 대면보고가 이뤄졌다. 전염의 온상이었던 국내 최정상급 병원은 상황을 왜곡 축소하고 은폐하려고만 했다. 정부 역시 별것 아니라며 축소에 급급하다가 감염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결국 36명의 귀한 생명을 잃었다.

물론 동일한 기준으로 견줄 수는 없다. 하지만 대응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 초기대응이 발 빠르고 과감했다. 의도적인 축소나 은폐도 없었다.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알렸다. 스마트폰 위치추적으로 습득한 동선 정보를 공개하여 국민 스스로 대비하게끔 조치했다. 접촉자를 구분하여 관리했다. 물론 여전히 중국과 일본으로 인해 불안하기는 하다. 하지만 투명한 행정의 성과가 나타나는 국면인 느낌이다.

이렇듯 투명한 행정과 정치는 비정상적 계산과 거래가 끼어들지 못하게 한다. 긍정적 성과를 만들어 낸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점점 더 투명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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