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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뒷모습

 

 

 

 

 

태초에 하늘이 사람을 만들 때 앞만 보고 살게 만들었다.

사람의 생각도 앞만 보고 산다. 과거사만 더듬고 사는 사람은 십중팔구 낙제 인생들이다. 사람은 걸음을 걸어도 앞으로만 걷는다. 표정을 지어도 앞에 있는 얼굴로 자신의 감정을 나타낸다. 좋을 땐 입으로 소리 내어 웃고 싫을 땐 눈살을 찌푸린다. 그리고 감정이 복받치면 입을 벌리고 소리를 지른다. 악수를 할 때도 얼굴을 마주 보고 손을 잡는다.

그렇다. 싫고 좋은 표정들이 앞면인 얼굴에 쏠려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현재 상태를 알 수 있다. 몸이 아프면 안색이 편안하지 않다. 기분이 나쁘면 입이 댓 발이나 삐져나와 있다. 행복하면 표정이 밝다. 이렇게 세상만사가 그 사람의 얼굴에 모든 것이 드러나 있다.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도 알 수 있다.

만물 중에 감정을 얼굴로 표현하는 동물은 사람밖에 없다고 한다. 가히 얼굴 하나로 사람은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과연 그러한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은 얼굴로만 감정을 표출하지는 않는다. 뒷모습으로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쓸쓸하고 외롭고, 화나고 분노에 찬 모습들이 뒷모습에서도 능히 드러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는 뒷모습과 빚쟁이가 싸움을 벌이고 돌아서 가는 뒷모습은 완연히 다르다. 배고픈 사람이 걷는 뒷모습과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뒷짐을 지고 걷는 뒷모습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는가?

추위에 떠는 자식을 홀로 남겨두고 떠날 때와 의기 당당할 때와 실의에 찼을 때의 뒷모습은 또 어떠한가? 그러고 보니 사람은 얼굴로만 감정을 드러내는 게 아닌 것 같다. 아무리 입으로는 떠들고 웃다가도 돌아선 뒷모습이 쓸쓸하면 그는 외롭다. 주고받던 사랑을 뒤로하고 떠나가는 연인의 모습은 늘 가슴에 뒷모습으로만 남는다.

그러니까 사람은 앞으로만 살지 않는다. 인간의 삶이 그러하다. 지금 당장 조금 가졌다고 으스대지 말자. 지금 조금 복을 누린다고 너무 드러낼 일도 아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 석 자를 남긴다고 한다. 그 이름 석 자가 무엇인가? 그가 남긴 흔적이다. 사람은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흔적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된다.

그러니 당장 거울 속을 들여다보라. 앞면에 있는 얼굴에만 정신을 쏟지 말고 보이지 않는 뒷모습에도 신경을 쓸 일이다. 그것이 어쩌면 인간으로서 더 진실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드러난 자신의 겉모습에만 힘을 쓴다. 남이 날 어떻게 볼까?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이지 않을까? 이 얼굴의 주름살이 문제다. 그래서 성형외과를 찾아간다. 보다 젊고 예쁘게 보이려 한다. 이건 여자들만 그런 게 아니다. 면접을 앞둔 젊은 청년들도 성형외과를 찾는다. 오직 눈에 보이는 자신의 앞모습, 외모에만 신경을 쓴다.

그러나 주름살을 지운다고 그 인상이 달라질까? 얼굴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연륜이 묻어있다. 그게 바로 인품이다. 그건 속일 수가 없다.

생각해 보라. 그대가 떠난 그 자리에 그대가 남길 인상들을, 뒷모습을…. 그들이 그대를 어떻게 생각할지, 그대의 뒷모습을 이참에 한 번쯤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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