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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밀물처럼 썰물처럼

공직을 마칠 때 그 허전함의 공간이 크고 넓었다. 명예퇴직을 결정한 그날 늦게 귀가하여 서재를 정리하다가 다산 선생님의 목민심서가 수록된 소책자를 발견했다. ‘마음으로 쓰는 목민심서’라는 제목으로 2016년 3월에 실학박물관에서 발행한 자료다. 다산연구소 박석무 이사장님의 소개글로 시작된다. 사무실에서 받은 자료인데 그냥 책장 틈에 넣어두었다가 공무원 퇴직을 앞두고서야 운명적으로 눈길이 다다른 것이다. 그래서 이리저리 살펴보던 중에 후반부에서 제12부 해관(解官)이라는 부분에 눈길이 겹쳤다.

“관직이 교체되어도 놀라지 마라. 수령직은 반드시 교체됨이 있는 것이니, 교체되어도 놀라지 않고 관직을 잃어도 연연하지 않으면 백성이 그를 존경할 것이다.” 조선시대식 표현이니 이를 현대적으로 풀어보면, 공무원은 늘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날 것이니 항상 준비를 하여야 하고 공직을 떠나게 되어도 연연하지 않으면 주변의 동료들이 여러분을 존경할 것이다. 40년 공직을 떠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긴 세월 근무하다보니 막상 퇴직, 명예퇴직을 하는 것이 실감되지 않았다. 하지만 목민심서를 다 읽고나니 자신도 역사속의 한사람으로서 젊은 나이에 공직에 들어와 일하고 이제 나이가 들어 자리를 떠나는 것이고 그것이 삶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혹시 그동안 공직안에서 자만심이나 이기심만으로 살아온 것은 아니었나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해관편의 말씀이 이어진다. “청렴한 선비의 돌아가는 행장은 모든 것을 벗어 던진 듯 깨끗하여 낡은 수레와 여윈 말(馬)인데도 그 맑은 바람이 사람들에게 스며든다.” 정말로 공직을 마치고 보니 남은 것은 수첩과 볼펜, 그리고 발령장 45장이었다. 45매 중 중복 발령장 17매를 제하면 40년동안 28개 부서를 돌고 돌아 퇴직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고 다양한 부서에서 일했건만 막상 공직을 떠나려 하니 부여잡은 책상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최근 공직 선배인 석제 임동빈 선생이 보내주신 시집 제목 ‘밀물처럼 썰물처럼’과 같이 수 많은 공직선배들이 ‘해관’을 맞았고 최근에는 엄청 후배인 줄 생각했던 공직자들이 ‘공로연수’를 떠나고 있었다./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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