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수원역에서 노숙을 하다 타살된 것으로 결론난 김모(당시 15세) 양 사건이 결국 ‘죽은자만 있고 죽인자는 없는 영구미제사건’으로 일단락됐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던 6명이 모두 살해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27일 수원지법 형사항소2부(이은희 부장판사)는 수원역 노숙소녀 살해사건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속수감 중 법정에서 위증했다는 이유로 또다시 징역 6월을 선고받은 정씨에게 살해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노숙소녀 살해사건의 범행 동기와 과정, 증거, 국과수 부검결과, 공범들의 무죄석방 등을 놓고 볼 때 피고인이 노숙소녀를 살해하지 않았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다만 또 다른 김모(당시 25세·여) 씨 폭행사건에 대한 증언이 허위여서 이 부분만 유죄로 인정한다”고 형량을 징역 2월로 낮췄고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마지막까지 김 양의 살해자로 지목됐던 정 씨까지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김 양의 살해자는 미제로 남게 됐다.
노숙자였던 정 씨는 지난 2007년 5월 17일 새벽 수원의 한 고등학교 화단에서 노숙자 김 양이 살해된 채 발견되자 강모(32) 씨와 함께 경찰에게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경찰은 정 씨로부터 자백을 받아냈다.
정신장애를 앓고 있던 정 씨는 그해 12월 고등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상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이듬해 1월 김 양 살해범으로 가출청소년 최모(당시 18세) 군 등 5명을 붙잡으면서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는 듯했다.
하지만 최 군 등이 정 씨와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고 본 검찰과 달리 정 씨가 그해 4월 최 군 등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은 물론 최 군 등도 김 양 사망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당시 수원역에서 함께 있었다”고 증언, 무죄의 실마리가 됐다.
최 군 등은 그해 7월 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받았고 정 씨는 위증을 했다는 이유로 추가로 기소돼 그해 9월 징역 6월을 덤으로 받았지만 최 군 등은 이듬해 1월 서울고등법원에 이어 그해 7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결국 풀려났다.
정 씨의 변호인 측은 “한 사건에 대한 두 번의 수사가 모두 잘못돼 진범은 잡지 못한 채 노숙청소년들은 1년 가량, 정 씨는 4년반 가량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며 “재판도중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양심에 호소한 발언을 두고 검찰이 위증으로 기소한 것은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고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증언이 위증이 아니라고 법원이 판단한 만큼 검찰은 즉시 형집행정지를 통해 정 씨를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 씨 변호인은 지난해 정 씨 폭행치사사건에 대한 재심을 서울고등법원에 청구했지만 법원은 “번복진술은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기각해 변호인은 지난 7월 대법원에 재항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