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세이]진짜와 가짜

2012.05.17 19:34:17 12면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어느 분의 글이 마음에 와 닿아 인용해 본다. “뇌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한다. 정보의 진위와 상관없이 믿는 대로 반응한다. 정보처리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서 건강과 행복이 달려있고 운명이 바뀐다.”

뇌는 인체구조상 가장 최상위에서 우리 몸의 각 기관을 통제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뇌수술은 신경외과 의사의 손으로 진행된다. 뇌는 물질로 구성돼 있는 물질적 조직이다. 그런데 뇌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진위(眞僞)와 상관없이 믿는 대로 반응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믿음의 주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사물이 아니기 때문에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고 ‘누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즉 나의 영혼이다. 내 영혼이 뇌의 주인이다. 내 영혼의 믿음에 따라 뇌는 작동한다. 따라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것은 나의 영혼이라는 점이다. 이 영혼의 덕분에 진리를 찾아갈 수 있고, 건강과 행복을 지향하며 불행을 행운으로 바꿀 수가 있다.

그런데 내 스스로가 자각해 터득한 진리라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라질 운명에 처한 한시적 가치이다. 끝이 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나 진리가 내게로 왔을 때, 그 진리는 영원불멸성을 띤 위대한 가치이다. 요즘 세상이 하도 어수선한 것을 보면, 세상은 사이비(似而非)가 정론(正論)처럼 으스대는 형국이다. 무성한 말(언어)들로 산과 들이 몽땅 시들어 버릴 지경이다. 가짜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머리둘 곳조차 마땅치 않다. 진짜는 소리 소문 없이 시들어버리고 가짜는 기운찬 기세로 강력한 사기(邪氣)를 뿜어대고 있다.

우리 사회의 미래의 주역들인 어린 학생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제대로 된 구석을 찾아보기가 참 어렵다. 오염될 대로 된 어른들의 세계가 그대로 축소된 듯한 느낌이다. 최선의 방어가 최고의 공격이라는 정글의 법칙이 청소년들의 무대에선 통용되고 있다. 자기를 합리화하기 위해 타인의 비판에 앞장서고, 강자 편에 서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며 정의(正義)를 내동댕이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어린 학생들은 다름 아닌 어른들의 자화상이요, 거울이다. 반사회적인 행동을 거침없이 하고 어른 빰 칠 정도로 잔인한 면도 있다. 총체적으로 스트레스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모든 부실한 것을 추구하는 이면엔 물질 추구와 향락이 자리하고 있다고 하겠다. 심오한 정신세계에 존재하기보다는 감각에 예속돼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물질중심주의적 사고(思考)에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은 아닌가? ‘뿌린 대로 거둔다’는 속담이 있듯이 기성사회가 짊어지고 갈 아주 무거운 부메랑이다. 그러나 기성세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최소한 어느 세대만큼은 양심적으로나마 책임을 느껴야 하는데, 회피하고 만다. 우리 사회가 사막화돼 가고 황폐해진다면 어찌될 것인가? 공동체가 합력해 선(善)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기주의는 사회를 균열시키는 좀 벌레가 될 것이다. 가짜가 판을 치는 사회에서 진짜는 갈 곳 없어 힘없이 주저앉고 말 것이다. 사회가 분열과 해체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사소한 개인적 이기주의적 발상은 과감하게 버리고, 공동체 이익을 위해 진짜가 생존할 수 있는 원리를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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