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시각을 제외한 온몸의 감각으로 공을 막아라!…iH 골볼 선수단

2022.08.26 11:18:14 24면

 

이름부터 생소한 ‘골볼’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국제경기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실명한 퇴역군인들의 재활을 위해 1946년 고안됐다.

 

1.2kg 방울이 들어있는 공의 움직임을 파악해 공을 막고 잡은 공을 던져 상대의 골문으로 넣어야 한다.

 

두 구역으로 분리된 길이 18m, 폭 9m 직사각형 코트에서 넓이 9m, 높이 1.3m 골대다. 경기장에는 돌출 표시가 있어 촉각으로 감지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다.

 

시각장애인들은 완전히 보이지 않는 B1, 형체는 보이는 B2, 정안인 정도는 아니지만 잘 보이지 않는 B3로 시각 정도가 다르다. 시각을 완전히 차단하는 고글을 끼고 경기를 진행한다.

 

iH(인천도시공사)는 지난 6월 30일 김신 감독을 비롯한 김남오(32)·방청식(36)·조용민(27) 선수와 채용 계약을 맺었다.

 

아직 정식 창단이 되지 않았지만, 관련 규정을 만들어 늦어도 2년 안엔 정식 창단할 계획이다.

 

남오 선수는 미숙아망막증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광주 세광학교에서 골볼을 시작했다.

 

2009년 유소년 대표를 시작으로 국가대표를 했다. 그는 팀에서 ‘파워형’을 담당한다. 단신인 만큼 민첩한 동작을 자랑한다.

 

남오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장애가 있다 보니 경기에 대한 감각이 없었다. B2·B3 선수들은 영상 등을 참고할 수 있지만, 남오 선수는 데이터베이스가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


남오 선수가 정상급 선수에 오르게 된 것은 부지런함 덕분이다. 해외에서 하는 경기, 다른 지역에서 하는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 가기도 했다. 번역기를 써가면서 다른 나라 선수들의 전력을 익혔다.

 

청식선수는 중학교 3학년 때 골볼을 시작했다. 인천 혜광학교 박홍식 선생님을 따라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재밌었다고 한다. 학생시절 학업을 병행하며 학생체전도 나가고 대학교땐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대학교 졸업 후엔 골볼으로 먹고 살 수 없어 직장을 다녔다. 그러면서도 일주일에 한번은 골볼 훈련을 하면서 골볼에 대한 끈은 놓지 않았다.

 

10년 정도 직장 생활을 했던 청식선수에게 골볼팀 입단은 어려운 결정이었다. 주로 공공기관에서 근무를 했던 청식선수는 겸직이 금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결단을 내렸다.

 

청식선수는 신체적 조건이 뛰어난 선수다. 팔다리가 길고 운동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났다. 그는 B2등급으로 팀에서 ‘센터’를 맡고 있다.

 

그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10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지 않은 것이 가장 힘든 점이라고 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매일 오전 팀원들과 헬스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며 기초체력을 만들고 있다.

 

용민선수는 다른 선수와 다르게 중학교 때 시력이 나빠졌다. 시력이 나빠지기 전엔 일반학교를 다니며 축구를 했었다.

 

장애로 운동을 할 수 없었던 우울감이 심했다. 용민선수가 우울감에서 빠져나오게 된 건 혜광학교 박홍식 선생님 덕분이다. 박홍식 선생님은 용민선수에게 골볼을 하자고 먼저 제안했다.

 

골볼을 시작하면서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와 청소년 국제대회를 통해 성취감을 맛봤고 골볼으로 인해 자존감도 회복했다.

 

처음 시작했을 땐 시력을 차단하는 장비를 착용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고 한다. 골대에 여러번 부딪혀 부상을 입었던 적도 많았다.

 

용민선수는 골볼 기초 기능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며 동작 익히기와 골볼 경기 체력 향상과 청력을 이용한 수비연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운동과 관련된 진학이 쉽지 않아 부천에서 안마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에겐 인천도시공사의 골볼선수팀 창단 소식이 한줄기 빛과 같았다.

이들은 라이벌 팀으로 3~4년 먼저 시작한 충청남도팀과 전라남도팀을 꼽았다. 늦게 창단하는 만큼 열심히 훈련에 임한다는 포부다.

 

그런데 골볼 전용구장을 찾기가 힘들다고 한다. 소리를 이용하는 운동이라 주변도 조용해야 하고 라인과 스펀지 처리가 잘 돼있어야 한다.

 

일반인들은 당구장가는 것처럼 골볼하는 사람들이 “밥 먹고 한 게임 하자”가 실현됐으면 좋겠다고 한다. iH는 선수들의 편의를 위해 최대한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들에게도 징크스가 있다. 바로 진 경기에서 입은 유니폼을 입지 않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는 박홍식 선생님의 징크스다.

 

박홍식 선생님과 선수들은 오랜 기간 경기를 함께 해왔기 때문에 크게 진 경기와 크게 이긴 경기가 있어 이런 징크스가 생겼다고 한다.

 

아직 iH의 유니폼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선수들은 인천도시공사 관계자에게 유니폼을 2개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남오선수는 “iH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선발돼 패럴림픽에 나가 메달을 따는 그 날까지 열심히 운동을 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청식선수는 “작게는 10월에 있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위에 말한 두 팀중에 한팀만이라도 이겨보는 것이 목표다”며 “iH팀의 위상을 전국에 한번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용민선수는 “늦게 시작한 만큼 다른팀보다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고 다른팀들이 부러워하는팀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소영 기자 ]

박소영 기자 offthewall@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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