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 긴축 재정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청소년 ‘공연 사업’

2025.11.23 14:50:07 인천 1면

기획 공연 예산은 70%, 학생 공연 예산은 전액 삭감
지역 공연 업체 부도 위기… 업종 전환 고심 우려도

 

“수준 높은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어 좋았는데, 어쩌겠어요. 내년부턴 공연을 못한다는데.”

 

지난 21일 오전 10시쯤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앞 광장. 1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학교 지도교사의 인솔을 받으며 1층 강당 안으로 들어섰다. 이들은 연화중학교 등 4곳의 학교 학생과 교사들로, 랍페라 콘서트 ‘감자팝콘’을 보기 위해 모였다. 싸리재홀(대공연장) 좌석을 빼곡히 채운 이들은 4명의 남성으로 구성된 랍페라그룹 ‘La Speranza’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전하는 곡들마다 박수를 치며 크게 환호했다. 이 그룹은 영화 국가대표 OST ‘Butterfly’를 시작으로 앵콜곡까지 모두 12곡을 부르며 학생들과 소통했다.

 

강민우(16·연화중)군은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내년 한 해 회관에서의 공연이 없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어릴 적부터 수준급의 공연을 보며 추억을 쌓은 곳인데 솔직히 아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시교육청이 내년도 본예산 중 학생교육문화회관 공연 부문에 적용할 예산 대부분을 삭감해 학생들의 정서 함양을 위한 사업들을 포기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들 공연은 지역에 있는 소규모 공연 업체와 수의계약을 통해 진행되고 있어 자칫 지역 경제에 위기감을 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내년도 본예산은 올해보다 88억 원이 감소한 5조 2887억 원을 편성했다.

 

세입은 중앙정부 이전수입 4조 2221억 원, 지방자치단체 이전수입 9830억 원, 기타이전수입 49억 원, 자체수입 287억 원, 순세계잉여금 등 200억 원, 내부거래 300억 원 등이다.

 

인건비와 복지사업 등 경직성 경비 증가로 가용재원이 축소된 상황에서 신규사업 억제와 사업비 전면 재검토 등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짜여진 예산인 셈이다.

 

이에 따른 세출은 교육 부문 3582억 원, 학교교육여건개선사업 1841억 원, 학교재정지원·학생복지·유아학비 등 1조 3118억 원, 인건비 및 기관운영 등 기타 경직성 경비 3조 4346억 원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이렇게 세분화한 예산 중 문화회관 공연에 적용할 사업비 대부분은 삭감됐다는 것이다. 문화회관은 내년도 본예산에서 기획 공연에 적용할 예산으로 올해 20억 원보다 70% 이상 줄어든 5억 원을 세웠다. 또 학생 공연에 적용할 예산은 100%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회관이 내년도 공연 사업을 대폭 줄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의계약을 맺고 공연을 진행해온 소규모 업체들도 경영 위기에 놓이게 됐다. 앞서 문화회관은 지역 경제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각종 공연과 관련, 지역 소규모 공연 업체들과 수의계약을 통해 운영해 왔다.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공연 계획이 세워지지 않으면서 이들 업체는 생계를 위한 다른 활로를 모색해야 할 위기에 놓이게 됐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관심도가 높지 않은 공연 사업으로 먹거리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인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문화회관은 매년 9개 콘텐츠(공연)를 올리는 데 1개 콘텐츠마다 1개 업체가 맡아 추진해 왔다”며 “결국 내년에 공연 계획이 없다면 9개 업체 모두 아무런 수입 없이 버텨야 하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이어 “문화회관 역시 공연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특별한 콘텐츠 없이 일부 시설을 운영하는 기관에 그치게 될 것”이라며 “결국 청소년들과 공연 업체, 문화회관 모두 피해를 보는 형국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회관 관계자는 “정부의 긴축 기조에 모든가 허리띠를 졸라메는 상황에서 직접 사업은 지켜야하다보니 결국 공연 부문의 사업비를 대폭 줄이게 됐다”며 “자체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기관 공모사업에 참여하는 등 여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공연에 대한 예산 감축은 전체적인 재원 규모가 많이 줄어서 생겨난 문제지 다른 일로 삭감한 것은 아니다”며 “아직 예산안이 의결되지 않아 결정됐다고 말할 순 없다. 여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해명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지우현 기자 ]

지우현 기자 whji78@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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