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약속은 시민에게 ‘신뢰’라는 이름의 계약이다. 그러나 시도 22호선 사태를 보면, 이 계약은 너무 가볍게 파기됐다. 시는 2019년 상반기에 착공, 2022년 12월까지 준공을 공식적으로 약속했다.
이 한마디를 믿고 민간은 토지를 매입했고, 전원주택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수백억 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도로는 아직도 제자리에 있고, 행정은 수년 동안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도로 지연 그 자체가 아니다. 행정이 명확한 약속을 해 놓고도, 지연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태도에 있다. 보상 문제, 예산 부족, 절차상 어려움은 변명일 수는 있어도 면책 사유는 아니다. 행정 내부 사정은 시민과 사업자가 떠안아야 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전원주택 사업자와 일부 분양을 받아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주민들은 지금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다. 도로가 없어 준공을 못 하니 상하수도도 연결이 안 돼, 분양도 막힌 채 금융 이자만 불어나고 있다. 사업자는 이미 부도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이는 무리한 투자의 결과가 아니라, 행정의 약속을 믿은 대가다. 행정이 만든 기대에 민간이 반응했을 뿐인데, 책임은 오롯이 민간의 몫으로 남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행정의 침묵이다. 물론 예산이 우선 선행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 착공하는지, 언제 마무리되는지, 단계별 계획은 무엇인지 참으로 안타깝다.
사업자의 반복되는 민원에도 돌아오는 답은 늘 같다. “검토 중이다.” 이 말 한마디가 수년째 모든 책임을 덮는 방패가 되고 있다.
곧 행정의 신뢰가 무너지면 지역의 미래도 함께 무너진다. 누가 앞으로 김포시의 약속을 믿고 투자하겠는가. 시도 22호선은 단순한 도로가 아니다. 행정이 시민과 맺은 약속의 시험대다.
이제 50만을 넘어 70만을 바라보고 있는 김포시 행정을 이끌고 있는 김병수 시장은 선택해야 한다. 침묵으로 시간을 버틸 것인가, 아니면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주민들은 더 이상 기다릴 여유가 없다.
[ 경기신문 = 천용남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