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보행로 왜 이래...8년 걸린 안성 38번 국도 '완공' 맞나

2026.03.18 15:50:45 6면

3.7㎞·왕복 6차로 신설에도 보행환경은 사실상 방치
점자블록·턱 미완성…교통약자 이동권 철저히 외면
인도·자전거도로 구분 불명확…국토관리청 보완 공사 시급
개통 8개월 지났는데 신호등 미작동…안전관리 부실 ‘도마 위’

 

755억 원이 투입된 38번 국도의 안성시 통과 구간이 완공과 동시에 ‘보행자 외면 도로’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8년 가까운 공사 끝에 개통된 신설 도로임에도, 가장 기본적인 보행 안전과 교통약자 배려가 빠져 있어 사고와 시민 불편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38번 국도는 충청남도 태안군에서 시작해 강원도 동해시까지 한반도의 중심부를 횡축으로 관통하는 도로다.

 

이번에 새로 완공된 구간은 안성 공도읍 만정리에서 대덕면 신형리까지의 3.7㎞다. 2017년 5월 착공해 기존 4차로에서 2차로를 늘려 왕복 6차로로 조성됐다. 3.7km 구간을 8년이나 걸려 공사하면서 늦장 공사로도 비판을 받았던 사업이다. 단순 계산하면 1년에 약 450m, 하루에 약 1m 씩 늘린 도로공사로 악명 높았다.

 

시공사의 자금 부족과 하도급 분쟁 등으로 공사 지연이 반복됐던 논란의 도로이기도 하다. 공사가 장기화 되면서 서울과 인근 출퇴근 차량들을 정체 속에 가두며 선거 때마다 공기 단축과 완공이 공약으로 등장할 정도의 안성 지역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그런데 지난 2025년 8월 5일 요란한 개통식까지 열며 임시 개통됐던 도로는 '혹시나'가 '역시나'로 확인되며 졸속 시공 논란에 휩싸였다.

 

지역민이 완공만을 바라던 공사가 결국 무리한 공기 단축으로 졸속으로 마무리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해 8월 5일의 개통식 명칭도 '임시' 개통식으로 붙일 정도로 정도로 '완공'의 의미를 그대로 충족시키진 못하는 상황이다.

 

차도는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춰 자동차 운행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 운전자 입장에선 도로 포장과 신호 체계만 제대로 돼 있다면 3.7km는 문제점을 알아차리기엔 짧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짧은 구간에 새로 만들어진 인도를 천천히 걷다보면 보행자 입장에선 여러 문제가 눈에 띈다.

 

16일 경기신문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인도는 대부분의 구간이 보도블록이 아닌 자동차나 자전거 전용도로에 주로 쓰이는 아스콘으로 포장돼 있다.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를 고려한 설계라기보다 자전거 중심 시공 방식이 그대로 적용된 모습이다. 보행 환경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보행자가 적은 구간에선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도 시공할 수 있다. 하지만 보행자의 안전을 우선 고려한다면 보행자 중심의 안전한 공간 확보를 원칙으로 설치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의 '자전거 이용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에도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의 폭은 충분히 확보해 보행자 안전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돼 있다. 또한 자전거와 보행자는 되도록 분리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겸용도로로 시공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 완공된 3.7km의 짧은 신설 국도 구간에서 보행로와 자전거도로가 구분되지 않고 겸용으로 만들어졌단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공기가 길어지면서 시민들의 관심이 컸던 차도만 우선으로 하고, 보행로는 뒷전으로 밀려난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겸용도로 안내 표지판 조차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서로 우선권을 주장하며 싸우게 되는 상황도 생기고 있다. 간혹 속도를 내던 자전거와 천천히 휴대폰을 보며 걷던 보행자가 충돌 위험에 빠지는 아찔한 경우도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교통약자 배려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도 설치되지 않은 구간이 확인된다.

 

일부 구간에는 무신경한 시공탓인지 설계문제인지 턱이 그대로 남아 있다. 휠체어 이용자는 아예 이동이 불가능하고 자전거 이용자도 내려서 이동해야 한다.

 

육교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곳의 보행로엔 턱이 있어 정작 엘리베이터 주이용자가 될 휠체어 이용자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어렵게 돼 있다. 형식적 시설은 갖춰졌지만 접근성과 이용 편의가 떨어져 장애인이 실제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무장애 환경’이 기본으로 자리 잡은 현 시점 기준으론 신설 도로에서 이런 요소가 빠졌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개통한 지 이미 8개월이나 지났는데도 보행 신호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곳도 있다. 차량 통행이 이미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호 체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은 늦장 공사 수준을 넘어 사고 위험을 방치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해당 국도의 관리 주체는 국토부 산하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다. 시청 단위의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란 점에서 지역민에겐 장기적인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각한 도로 정체를 참아가며 8년 공사를 기다려 준 안성 시민들의 보행 안전을 위해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 경기신문 = 정성우 기자 ]

정성우 기자 swjung@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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