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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대머리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영화 ‘십계’ ‘왕과 나’ 등에 주연으로 출연해 강렬한 카리스마를 풍긴 대머리 배우 율 브린너는 세상의 수많은 대머리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줬다. 프로 레슬러 김일은 대머리에서 폭발하는 다이너마이트같은 박치기로 사나운 거인들을 고목처럼 쓰러뜨려 팬들에게 우상이 됐다. 프랑스 축구선수 지단은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서 경기장을 화려하게 누비던 시절 빛나는 대머리로 헤딩슛을 할 때는 볼의 방향을 짐작하지 못한 상대방 골키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대머리들에게 고민이 있다면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공연히 웃거나 실제 나이보다 더 먹은 것으로 착각하는 점이라 한다. 건강한 사람도 매일 머리털이 빠지지만 그에 못지않게 또 나므로 개체 수에 큰 변화가 없다. 다만 대머리는 머리 빠지는 속도가 양이 나는 그것에 비해 엄청나게 빠르고 많을 뿐이다. 2만명 이상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미국의 대머리 협회(Bald-headed Men of America)가 “대머리는 아름답다”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군복무 중 머리털이 전부 빠지는 ‘전두탈모증’에 걸려 의병 전역한 박모(24)씨가 서울지방보훈청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등록 거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최근에 승소해 화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박씨의 전두탈모증은 군 생활 중 고된 훈련 또는 직무수행에 따른 스트레스로 발병했거나 이 같은 스트레스가 박씨의 탈모증을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으로부터 군복무 중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대머리가 된 사실을 인정받은 박씨는 국가유공자가 될 확률이 커졌다. 이것은 대머리들에게는 낭보요, 국가에게는 비보가 될 수 있겠다. 특별한 상황에서 본인이 원하지 않은 대머리가 된 사람은 제도의 희생자이므로 적절한 대우를 받을 필요는 있을 것 같다. 특수한 처지의 대머리를 이해해준 재판부가 가령 막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단기간에 머리가 하얗게 변한 백두족(白頭族)이 나타나면 어떤 태도를 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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