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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1등만 있는 우리나라

10년 만에 일제고사 부활 서울교육청 예상문제 배포
자기반성·동기부여 실종 불공정 경쟁으로 상처뿐

 

10년 만에 일제고사가 부활했다. 전국의 모든 학생들을 성적을 기준으로 줄을 세운다는 비판 속에서도 새내기 중학생을 시작으로 학력 진단평가 시험이라는 이름을 단 시험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 시험 준비를 위해 따로 문제집이 출판되었고 학원 수강을 한다는 얘기들이 무성했다. 또 시험문제 출제를 맡았던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지역 학교들에 미리 예상문제집을 나눠주었고 그 안에는 정답까지 똑같은 문제가 들어있다는 얘기도 있다.

아이들의 학습수준을 파악해서 교사들의 교육계획에 반영하는 학력 진단평가는 매우 필요한 일이다. 아이들이 어느 과목이, 어느 단원이 취약한지 함께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아이들 간의 학력 격차는 얼마나 되는지 파악이 되어야 선생님들의 ‘어떻게 가르칠까?’가 나올 수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당연한 일에도 원칙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난 해 김포외고 사전 시험지 유출과 관련하여 전국이 들썩인 적이 있다. 합격 취소, 당사자 일부 소송 제기, 합격 취소 무효 판결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일단락되었다.

이번 일제고사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예상문제집을 나눠줬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김포외고 사건이 떠올랐다. 물론 동일한 문제지가 아닌 예상되는 문제가 담긴 문제집이기 때문에 다르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일은 전국의 학생들을 동일한 시험지로 평가하고 석차를 매기겠다는 계획을 한 마당에 이뤄진 일이다. 김포외고처럼 당락이 결정되는 중차대한 문제는 아닐 수 있다. 그렇지만 성적 때문에 비관하고 자살하는 학생들이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이것이 가벼이 넘길 수 있는 일일까? 불공정 경쟁을 유발하고 그 속에서 아이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것, 서울시교육청의 행위가 김포외고 시험지 유출교사의 행위와 무엇이 다른가.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발전의 계기를 만드는 것은 필요한 일일 수 있다. 성적도 마찬가지 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비교가 ‘나는 못해, 나는 어쩔 수 없어’라는 체념의 기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반성하고 발전의 계기로 삼도록 하는 것이다. 일제고사 결과 영어 한 문제 틀렸더니 600명 중 320등 이고 두 문제 틀리면 460등 이란다. 이런 평가 결과가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어떤 바람직한 효과를 낼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망원인 중 2위가 자살이다. 그 중 성적 비관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청소년들은 성적 때문에 빈번히 자살충동을 느낀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중학교 선생님이 예전 얘기를 해 주신 적이 있다. 학력만을 중시하던 예전에는 반의 성적이 곧 선생님의 능력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에 전학생이 올 경우 그 아이의 성적에 따라서 선생님들이 반편성에 동의하거나 그렇지 않는 일이 발생했었다고 한다. 반 평균을 깎아 먹는 학생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판단기준이었다는 것이다. 이 판단기준이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일등이 있으면 꼴등이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어떤 특성을 중심에 놓고 평가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학력만을 기준으로 아이들을 평가하고 그것이 마치 전부이고 최선인 것처럼 받아들여질 때 우리 아이들이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되는지 우리는 이미 과거의 경험을 통해 확인했었다. 무수한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 목숨들의 대가로 학력 위주의 평가방식을 버리면서 일제고사가 없어졌던 것 아닌가? 그런데 다시 그런 역사의 경험을 무시하고 아이들을 성적이라는 단 한 가지 기준만으로 줄 세우는 것이 맞는지 묻고 싶다.

한 지방자치단체는 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해 1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우수한 학교에 일정한 금액의 예산을 나눠준다고 한다. 우수의 기준이 무엇일지는 학교들이 앞 다투어 야간자율학습을 시작하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다시 반 평균, 학교 평균을 깎아 먹는 아이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고 그들을 향한 무수한 비난의 눈빛들이 살아날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느끼게 될 감정이 자기 비하일지 학력 신장을 위한 자기반성과 동기 부여일지 자신에게 솔직한 답변을 구해야 한다. 모든 부모가 말하듯 ‘엄마(아빠)도 학생 땐 공부 잘했어’라는 거짓처럼 위장하지 말고 정말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묻고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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