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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평] 우리가 만드는 도시

‘공공디자인’ 정책 수립 지자체 전문인력 채용↑
이익앞에 시민의견 무시 다양한 생각·의견 반영

 

바야흐로 ‘디자인’의 시대라고 할 만큼 요사이 디자인이라는 말을 여러 매체를 통해서 접하게 되었다. 2005년 8월에 문화관광부에 공간문화팀이 설치되어 ‘공공디자인’ 정책을 수립하기 시작하면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디자인’은 이제 흔하디 흔한 말이 되어버렸다.

 

지난 해 서울시에 디자인총괄본부가 설치되면서 여러 지자체에서 디자인 담당 부서를 설치하고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에도 디자인이 포함되어 있을 만큼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단어가 되었다.

이러한 디자인의 대상이 대개의 경우 도시디자인, 가로환경디자인, 옥외광고물디자인 등으로 그 규모와 대상을 달리하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시민이 삶을 영위하는 생활공간으로서의 도시의 모든 것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시민의 생활공간으로서의 도시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 시민의 의견과 바램 등을 얼마나 고려하고 있으며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한 예를 들어보자. 최근 모 지자체에서 개최된 도로경관 국제심포지엄 및 디자인 샤렛(charrette)에서 미국 DesignWorkshop사의 Terrall Budge 사장은 약 40년간 해온 수많은 프로젝트를 통해서 자신의 회사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분석한 결과 ‘커뮤니티/예술/환경/경제’라는 4가지 영역을 바탕으로 해당 지역의 특성에 의해 교집합으로 도출되는 것, 바로 해당 지역과 장소의 ‘유산(Legacy)’라는 것을 추구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발표하였다.

 

뒤이어 다음 날에는 대상 도로의 경관특성에 따른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 디자인 샤렛을 하루 종일 개최하였다. 당시 참석자들 대부분이 지자체공무원들과 관련 용역수행주체들이었고 시민은 극소수에 불과하였다. 약 5시간에 걸쳐 진행되었지만 궁극적으로 얻고자 했던 도로경관특성구분에 따른 경관형성방향을 결정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었다.

 

당시 참여했던 여러 지자체 공무원들은 단순히 ‘공청회’와 같이 형식적인 절차를 밟아 추진하는 것 보다는 샤렛과 같은 과정을 통해 함께 이해하며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여러 번 개념도를 그려나가면서 차츰 계획구상도면으로 구체화되어가는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하였다. 반면 우리나라의 신도시개발과 뉴타운 건설을 비롯하여 수많은 크고 작은 개발사업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도시의 대부분은 전문가들에 의해 계획되고 설계되어 시공을 행하게 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되어 있다.

 

그렇게 추진되어가는 과정에서 기존 시민들의 의견 및 생활방식 뿐만 아니라 해당 공간의 역사와 문화, 환경은 경제적 이익 앞에 무시되기 일쑤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도시는 그 전문가 자신들이 생활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왔고 살아야 할 공간이 일부 전문가에 의해서 결정되고 만다. 기왕의 우리 도시는 우리의 도시가 아닌 전문가들의 도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시민의 다양한 삶의 흔적이 녹아드는 공간을 어찌하여 일부 전문가들에게 모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그 전문가들이 전지전능한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완벽한 도시는 존재할 수 없다. 해당 도시를 계획하고 설계한 전문가들은 주어진 기간 내에 계획과 설계, 시공을 하고 가버리면 그만이다. 따라서, 애프터서비스란 더더욱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그렇게 만들어진 도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그 도시에 살고 있었거나 살아야 하는 시민들과 지방자치단체가 떠맡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가 만들어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 도시에서 앞으로 살아갈 혹은 이미 삶을 살아왔던 시민들이 어떠한 삶을 누리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데, 이것은 전문가들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생각과 의견들을 투명한 과정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도구(개념도, 설계도 등)를 가지고 걸러내는 것에 의해 비로소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디자인은 ‘우리가 만드는 도시’를 가능하게 하는 수많은 수단 중 유용한 수단이다. 우리 시민들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의견이 반영되어 우리가 살기 좋고 생활하기 편리한 도시가 되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도시이며, 우리가 만드는 도시인 것이다.

오민근<문화부 지역문화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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