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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나를 대신해 국회의원 하시오

 

국회의원 선거건 지방선거건 간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는 유권자를 만나면 당장 간이나 쓸개라도 빼어 줄 것처럼 한다.

“이사람 왜 이래”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머리를 조아리고 고개를 연신 굽신굽신 거린다. 심판의 날이 오고 당락이 결정되면 입장은 달라진다. 갑과 을의 관계가 180도 바뀌는 순간이다. 그 후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10.28 재선거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수원 장안 선거구와 안산 상록을 선거구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과 무소속 후보들이 하루 24시간을 쪼개고 쪼개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느라 여념이 없다. 유권자들의 의식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후보자들은 도무지 모르는 모양이다. 후보자간에 서로 헐뜯고 비난하는 선거전이 난무하는가 하면 근거 제시도 없는 폭로전이 전개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알 수도 없고 또 확인할 수도 없는 공약들을 후보자들간 경쟁이나 하듯이 쏟아내고 있다.

수원 장안 선거구에서는 한나라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간 철새정치인에 대한 비난전이 난무한다. 그러나 누구도 철새 정치인이라는 굴레에 자유롭지 못하다.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는 영통구를 지켜오다 이번 국회의원 재선거를 위해 지역구를 옮겨온 입장이고 민주당 이찬열 후보와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손학규 씨도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고래로 ‘배신’은 믿음이나 의리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해서 용서하지 않는 국민의식을 전혀 감안하지 못한 치졸한 싸움에 불과하다. 유권자들의 냉철한 가슴이 어떻게 작용할지 뻔하다.

마지막 주말유세를 치룬 지난 24일 선거전을 들여다 보자.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수원 장안 선거구는 중앙당 주요 인사들의 각축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날 당 지도부의 서민층을 겨냥한 지원유세와 더불어 상대 당에 대한 비난전이 뜨겁게 전개됐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이날 오후 수원 정자시장 박찬숙 후보 지원유세에서 민주당 이찬열 후보를 고발한 것과 관련해 “4대강 사업 때문에 급식비를 삭감해 어린 아이들이 굶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허무맹랑한 얘기이고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이찬열 후보가 동네마다 4대강 예산을 깎아 무슨 사업을 하겠다고 현수막에 써 붙이고 있는데 이 말은 월세 보증금만 빠지면 집도 사고 차도 사겠다는 것과 똑같은 소리”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찬열 후보가 곳곳에 붙여놓은 현수막에 4대강 예산을 깎아 무슨무슨 사업을 펼치겠다고 한 것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후보는 명함에도 10.28 재선거일을 ‘4대강을 심판하는 날’ 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짚고 넘어갈 일은 이 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4대강 예산을 깍아 그 예산으로 지역개발사업을 하겠다는 것인데 4대강 예산을 깍지 못하면 어떤 사업도 하지 못한다는 것인가.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연무시장에서 열린 이찬열 후보 지원유세에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20개월이 지났지만 한 일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며 “국민의 뜻을 받들지 않고 무시하며 실정을 거듭하는 정부를 가만둘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찬열 후보 선대위 김주한 대변인은 성명에서 “지난 21일 오후 한나라당 중앙위원이 경찰서 보안협력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당원 등에게 향응을 제공한 관치선거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수원 장안구 재선거가 향응제공으로 인한 선거법 위반으로 이뤄진 것을 알터인데 또 다시 한나라당 중앙위원이 당원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지지를 부탁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를 않는 대목이다.

안산 상록을에 출마한 후보 7명은 등산로와 공원을 중심으로 휴일 표심잡기에 주력했다. 후보들은 유세기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후보 단일화에 대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막판 세몰이에 집중했다. 한나라당 송진섭 후보는 이날 홍사덕 선거대책위원장과 나경원 의원의 지원으로 노적봉공원 등산로와 월피공원, 식물원사거리 등을 돌며 한 표를 호소했다. 민주당 김영환 후보도 정세균 대표, 천정배 의원의 지원 속에 부곡복지관과 광덕시장, 다농마트를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재선거일이 이틀 남았다.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나가 투표를 하거나 아니면 포기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지역구를 대표해 국회에 나가 그 흔한 지역개발예산을 따온다거나 새로 법률을 제정하거나 또 지역개발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제대로된 인물이 있어야 한다. 나를 대신해 그런 일을 하라고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다. 거짓말 하지 않는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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