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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현 수원곡선초등학교 교사

강산이 세번 넘게 바뀐 지난 33년의 세월을 오직 아이들과 함께 하겠다는 일념으로 승진도 마다하고 평교사로 살아온 정재현(57·사진) 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는 2학년 1반 교실은 책상 배열에서부터 무엇인가 특별함이 묻어있다. 전체 네개 분단 중 한 분단만 짝꿍과 함께 앉을 수 있도록 두 줄이고 나머지 분단은 혼자 앉는 한줄 배열. 독특한 책상 배열에서도 평생 평교사를 고집하는 ‘선생님’ 정재현의 남다른 교육철학이 그대로 드러난다.

 

바로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들이 친구들과 더 많이 어울리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지만 특별한 배려다. 흔히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아이들을 위해 항상 생각하고 행동하는 정재현 교사. 평생을 평교사로 살아 행복했고, 앞으로도 아이들 곁에서 영원히 선생님으로 남겠다는 정재현 교사의 교육관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지난 1979년 지금은 없어진 RNTC(학군하사관)제도로 군생활을 마치고 24살의 젊은 나이에 전라남도 고흥군 과역면 노일리의 과역서국민학교라는 작은 시골학교에서 처음 교편을 잡은 정재현 교사는 어릴적부터 ‘선생님’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직업이라고 여겨왔다.

정재현 교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공부를 소홀히 하는 친구들에게 학습방법을 가르쳐 주고, 힘든일이 있을때 도와주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다”며 “학창시절부터 선생님이 나의 천직이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선생님’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정재현 교사.

그가 승진과 각종 직책을 마다한채 평생을 평교사로 남은데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교사의 가장 큰 사명이라는 평소의 신념 때문이다.

정재현 교사는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에 무엇이다 열심이다.

“요즘 아이들은 형제자매가 없는 친구들이 대다수인데다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놀이가 점차 사라지면서 남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많이 부족한게 사실”이라는 정재현 교사는 “가정에서도 부모들에게 이런 자세를 배우기 힘든 상황이다 보니 아이들이 남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을 알도록 하는 것이 요즘 선생님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남의 입장을 생각하는 마음가짐은 같이 어울려 노는 과정에서 가장 잘 익힐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2학년 1반 교실에는 여러 종류의 보드게임과 손축구게임 기구, 지우개 따먹기를 대신하기 위해 직접 만든 나무조각 등 많은 놀이기구들이 준비돼 있다.

또 학교급식에서 나온 포장재들도 깨끗이 씻어 탑쌓기 놀이기구로 활용하는 등 자원재활용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다.

정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다보면 선생님을 친구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곤 한다”며 “함께 놀이를 할 때는 친구로, 수업이 시작되면 다시 선생님으로 돌아가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덧붙였다.

정재현 교사는 “요즘 남자 선생님들이 많이 부족해 교육현장의 여자교사들이 아이들의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사의 성비 불균형은 교육당국이 심각하게 고민해 볼 사항”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는 ‘학교폭력’과 관련해서도 정재현 교사는 “학교폭력에 의한 피해자가 발생하게 되면 가해자는 물론 부모와 학교 모두 큰 상처를 입게 된다”면서 “학교폭력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사고예방을 위한 마음가짐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곡선초등학교 2학년 1반에는 의견이 다른 친구와 이야기할 때 손을 뒤로 하고 말하는 규칙이 있다.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친구들을 때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정재현 교사가 만든 2학년 1반만의 ‘법(法)’이다. 그럼에도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했을 때는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정재현 교사는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관심을 갖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중이며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단다.

그는 “초등학교에서는 인성 교육과 창의지성 교육을 위한 배움중심 수업으로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탄탄히 할 수 있는 기초기본교육이 중요하다”며 학습능력 향상도 놓치지 않는다.

4년전 정 교사가 곡선초등학교에 부임해 시작한 ‘20분 아침 독서활동’은 이제 모든 학급에 정착됐다.

오전 8시40분부터 9시까지 20분간 곡선초등학교는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에서 아침독서가 이뤄지고 있다.

‘배움에 끝이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몸소 보여주듯이 새로운 것에 대한 정재현 교사의 도전은 늘 진행형이다.

겨울방학과 함께 시작한 ‘교원역량강화’연수에 참여했고, 2012학년도 곡선초등학교 역점사업 부분에 대한 교육과정운영 계획도 수립 중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실시중인 새로운 교과서를 만드는 일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아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는 정재현 교사의 부인은 정 교사처럼 승진이나 직책을 마다하고 오직 아이들과 함께 하는 평교사로 수원 영덕초등학교에 재직중인 김민정(53) 교사다.

혼자서도 걷기 힘든 길을 부부가 평생 함께 ‘선생님’으로 살면서 무엇보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정 교사는 “33년을 걸은 선생님으로 살면서 경험으로 얻은 노하우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배 교사들에게 도움이 될때 참 좋다”면서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와 교사간의 소통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단에서 물러나는 그날까지 아이들과 함께할 정재현 교사의 2012학년 새학기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동료가 말하는 교사 정재현은?

“철저한 눈높이 수업준비 선생님이자 아이들 아빠”

“진정으로 신문에 소개돼야 할 선생님이 소개되는 것이네요”

화성 활초초등학교 한일근(58·사진) 교장이 정재현 교사에 대해 밝힌 첫마디다.

한일근 교장은 정재현 교사가 신문에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달음에 수원 연무동의 경기신문 사옥으로 달려와 인터뷰를 자청했다.

한 교장은 “정재현 선생님은 교장과 교감, 장학관, 장학사는 물론 수석교사직까지 마다한 그야말로 선생님 중에 선생님이다”라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정재현 교사에 대해 “내가 곡선초등학교에서 교감으로 재직할때 여러 선생님들의 수업 광경을 복도에서 살펴보면 정 선생님은 혀가 내둘릴 정도로 철저하게 수업을 준비했다”며 “항상 철저한 준비속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이 인상깊은 선생님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한 교장은 “자신이 맡은 학급의 모든 아이들을 두 눈 속에 다 넣어두는 것 처럼 보였다”며 “그러다가도 쉬는 시간이면 교실바닥에 앉아서 아이들과 함께 공기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아이들의 아빠다”고 말했다.

한일근 교장은 지난 2008년 수원 곡선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할때 정재현 교사와 한솥밥을 먹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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