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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박병두"초심찾기 수기작품 심사를 마치고"

 

최근 경찰은 명예를 드높이고 시민과 함께하는 경찰이 되기 위해 초심찾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경기경찰청에서는 ‘초심찾기 캐치프레이즈 및 수기작품 심사’가 열렸다. 나는 작가자격으로 초심찾기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참석했다. ‘초심찾기 캐치프레이즈 및 수기작품’에 응모한 경찰관들은 상당히 많았다. 많은 경찰관들이 참여한 이 행사는 체계적이고 공정한 심사를 거쳤다.

심사는 3단계를 거쳐 이뤄졌다. 제1단계에서는 지방청 각 기능별로 10개 작품을 선정해 중복추천이 많은 순으로 캐치프레이즈 및 초심수기 10건을 선정했다. 제2단계에서는 선정된 캐치프레이즈 10건에 대해 통합포털사이트를 통해 여론을 수렴했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최종평가를 했다. 한편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통합포털 설문조사를 실시해 심사에 경찰관들의 여론을 전체 점수 중 50% 반영했다. 수기작품 중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심사에 올라온 작품은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잊어버린 것을’, ‘초심아~ 잘 지냈니?’, ‘나는 지금도 젊은 경찰관이다’, ‘나는 왜 쪽방 노인을 잊고 살았을까?’, ‘소년! 꿈을 이루다’, ‘어머니에게 올리는 딸의 다짐’, ‘당신의 꿈, 내 가슴속에’, ‘그대 가슴에 목숨 같은 초심 두었는가?’, ‘나는 경찰관이다’, ‘아빠와 아들’ 등 10편이었다. 나는 10편의 작품 중 몇몇 작품에 눈길이 갔다.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잊어버린 것을’은 경찰 3년차인 글쓴이가 충주에 있는 중앙경찰학교에서 처음 교육을 받을 당시의 마음가짐을 떠올리는 글이다. 중앙경찰학교에 걸려 있는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를 처음 보고 가슴 뛰는 짜릿함을 느꼈던 글쓴이는 이 문구를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경찰이라면 누구나 와닿을 그 문구가 의미하는 바를 강조하는 좋은 글이었다. 필자는 ‘당신의 꿈, 내 가슴속에’와 함께 점수를 후하게 주기도 했던 ‘소년! 꿈을 이루다’는 마치 한 편이 소설처럼 글쓴이 자신을 3인칭 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어느 날 소년은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읍내 5일장에 가야 할 일이 있었다. 집에서 읍내까지는 해안선 갈대밭을 따라 걸어서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장에 도착한 소년은 우선 어머니께서 말씀한 일부터 했다. 그리고 어두워지기 전에 출발하겠다고 다짐하며 시장을 구경하다가 해가 저무는지도 몰랐다. 두려움에 떨며 어두운 밤길을 걷던 소년은 한 경찰관의 도움으로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후 소년은 다른 이들을 도와주는 마음이 훈훈한 경찰관이 되겠다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집안 사정으로 소년은 그 꿈을 이루지 못했고, 소년의 그 꿈은 소년이 아들이 비로소 이루게 됐다. 그 소년의 아들은 바로 이 글의 글쓴이다. 한 편의 감동적인 소설 같은 이 작품은 기대 이상의 수작이었다.

‘아빠와 아들’은 ‘경찰은 경찰이기 이전에 하나의 완전한 인간이 돼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글이다. 이 글의 글쓴이는 IMF가 닥치자 잘 다니던 건설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친구에게 빚보증을 서주다 잘못돼 피해를 입었다. 당장 생활이 힘들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아이도 곧 태어날 것이라서 가장으로서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는 무엇인가 해야만 했다. 그때 바로 경찰이라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데 경찰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런 그를 아내는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다. 2번이나 시험에 낙방하고 아이도 태어났지만 아내는 그에게 불평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3번째 시험에서 당당히 합격했다. 이렇게 힘들게 경찰에 입문한 그는 ‘내 아내와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이자 경찰관’이 되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할 것이라 다짐한다. 가족에게 하는 이런 다짐은 더 나아가서는 시민과 사회를 위한 다짐으로도 볼 수 있다.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글이다.

이번 심사를 마치며 나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보았다. 가정과 일터,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 초심을 잃지 않는 경찰이 있는 한 우리 사회가 살맛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좋은 글로 내 눈을 즐겁게 해준 ‘초심찾기 캐치프레이즈 및 수기작품’에 응모한 이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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