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30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복지IN]시부모님의 영정사진

 

결혼한 지 25년 만에 시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었다. 함께 살기 위한 몇 번의 시도는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도 오래가지 않아 시골집으로 되돌아가실 것이라 여겼다. 10여년 전에도 자식들 가까이서 지내고 싶다고 하셔서 옆집을 얻어드렸다. 한데 아파트 생활이 불편하신지 보름 지내시면 한 달 보름은 시골집에서 지내시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전세 기간이 끝나자 시골집으로 가신 적이 있다.

이번엔 단단히 각오하신 듯했다. 시부모님 방에 놓을 TV와 옷가지만 챙겨 오시겠다고 했는데 꾸려놓은 짐이 만만치 않다. 그 중에 가장 특별한 것은 시부모님의 영정사진이었다. 수건으로 단단히 둘러쳐서 아주 긴요한 물건인 양 애지중지 하면서 이것만은 꼭 갖고 가야 한다고 하셨다.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 환갑을 앞두고서다. 건강이 좋지 않아 70세 생신을 맞이하기 힘드니 환갑잔치를 꼭 하셔야겠다고 하셨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났다. 시어머니께서 영정사진을 챙기시면서, 10여년 전 자식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다고 하시면서, 20년 전 환갑잔치를 하시면서 얼마 남지 않은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이다. 자식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갑자기 일을 당했을 때 자식들이 빨리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는 듯했다.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2018년 14.3%로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의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70여년 소요된 것에 비해 우리는 26년 만에 2.7배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경기도의 경우 노인인구 100만 시대를 벌써 돌파했고, 전체인구의 10% 남짓이지만 인구 수면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노인인구다. 안산·시흥·오산시 노인인구 비율은 7%에도 못 미치는 반면 여주·가평·연천·양평군의 노인인구 비율은 14%를 넘어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는 도시화 정도에 따라 노인인구의 편차가 2배 이상으로 크게 나타난다.

저출산, 고령화사회, 세계자살률 1위, 사회양극화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행복한 미래를 위해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현 세대를 위해 희생해온 노인분들이 치매, 경제적 빈곤, 외로움으로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가정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나 지방정부의 다각적 역할이 필요하다. 초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정년 연장, 노인분들의 인력활용 방안에 대한 사회적 고민과 함께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0년 전만 해도 노인정에 가서 욕구조사를 하면 60대는 취업에 대한 욕구, 70대는 고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 80대는 건강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지금은 70대 노인들도 취업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나타나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어느 한 노인이 90세 생신을 맞이하면서 회고한 내용을 소개한다. 젊은 시절 잘나가는 직장에서 30년 간 일하면서 60세에 정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30년 동안 가족과 직장을 위해 열심히 일했으니 앞으로 남은 생애는 푹 쉬면서 자신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30년 세월이 훌쩍 지나버린 것이다. 그만큼 수명이 늘어나고 앞으로도 30년 더 살 만큼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앞으로는 외국어를 배워 외국친구들을 사귀면서 지내겠다고 결심하셨다고 한다.

인간은 누구나 후회를 하고 시행착오를 겪는다. 세상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고, 특히 노인과 관련된 현주소는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은 여전히 30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시어머니가 영정사진을 챙기시면서 자식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일까? 항상 안부를 묻고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 받고 싶은 게 아닐까 싶다. 지금 바로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 한 통 해드리는 것으로 노인복지를 실천하는 것은 어떨까?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