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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윤금아 동화작가의 경찰 힐링 특강

 

흔히 봄을 일컬어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라 하지만 나는 봄을 ‘만물이 소통하는 계절’이라 일컫고 싶다. 봄이 오면 햇살이 따사로워지고 그 햇살에 메말랐던 가지에서 꽃이 피어난다. 그 꽃을 보면 우리의 가슴속에도 따뜻한 햇살이 스며들기에 봄은 소통의 계절이다.

우리의 가슴속에 봄꽃을 심어주는 동화작가 윤금아 씨가 평택서와 일산서의 기동중대를 찾아 외부초청 인사로 강연했다. 윤 작가는 필자와 고향이 같아 남다른 애정도 있지만 나이도 동년배이며 지역에서 오랫동안 조우하며 지내왔다. 우리는 바쁜 직장 일들로 서로 자주 볼 수는 없었지만 노인대학 및 어린이를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는 그녀의 소식을 듣고 있는 터에 언제가 꼭 한 번 경찰공무원 강의에 모시고 싶었다. 강의 내내 전·의경들에게 그녀는 웃음을 선사해 좌중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실내 온도가 싸늘한 탓에 손발이 차가울 법했지만 그녀의 강의는 봄기운을 몰고 와 실내를 훈훈히 덥혔다.

그날 ‘소통과 삶’을 주제로 한 강의는 남도의 향연을 짙게 느끼게 한 시간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발견하는 일들은 가까이서 보는 것과 체험하고 듣는 진솔함을 따라갈 수는 없는 것 같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가는 것이다’라고 강조한 윤금아 작가는 젊은 전·의경들에게 따뜻한 엄마가 되어주었다. 강의 내내 포옹을 연신하면서 준비한 초콜릿이며 사탕을 선물로 한 아름 선사해 주기도 했다. 넉넉하지 못한 강의료를 지급하는 필자로서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대원들을 자식들처럼 느끼며 강의 도중 한 명 한 명에게 어머니의 마음을 담아 포옹을 한 것이다.

그녀는 ‘인간의 외로움은 나르시시즘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우울함을 이겨내 소통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윤 작가의 말대로 ‘풀잎이 아름다운 것은 흔들리기 때문이고, 풀잎은 바람에 흔들리지만 꺾이지 않는다.’ 매일같이 일기를 쓰고 있는 작가는 아동문예로 문단에 나와 『손가락 열쇠』,『개구쟁이 구름나라』 등 여러 편의 책을 펴냈다. 경기대에서 문학을 전공하였고, 아동문예상을 받은 바 있는 윤 작가는 아동문학회 부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그녀는 성공을 위한 다섯 가지 원칙을 소개하기도 했다. ‘까칠한 인생을 살지 말라,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말라, 소신을 가지고 누군가 해야 될 일이면 자신이 먼저 하라, 눈감고 상대방을 용서하라, 계산적인 사람이 되기보다는 인간적인 사람이 돼라’. 강의 도중 시낭송가로도 활동하는 사람답게 이기철 시인의 <내가 바라는 세상>을 낭송했다.

“이 세상 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꽃모종을 심는 일입니다/한 번도 이름 불려지지 않은 꽃들이 길가에 피어나면/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꽃을 제 마음대로 이름 지어 부르게 하는 일입니다/아무에게도 이름 불려지지 않은 꽃이 혼자 눈시울 붉히면/발자욱 소리를 죽이고 그 꽃에 다가가/시처럼 따뜻한 이름을 그 꽃에 달아주는 일입니다/부리가 하얀 새가 와서 시의 이름을 단 꽃을 물고 하늘을 날아가면/그 새가 가는 쪽의 마을을 오래오래 바라보는 일입니다/그러면 그 마을도 꽃처럼 예쁜 이름을 처음으로 달게 되겠지요/그러고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이미 꽃이 된 사람의 마음을 시로 읽는 일입니다/마을마다 살구꽃 같은 등불 오르고/식구들이 저녁상 가에 모여앉아 꽃물 든 손으로 수저를 들 때/식구들의 이마에 환한 꽃빛이 비치는 것을 바라보는 일입니다/어둠이 목화송이처럼 내려와 꽃들이 잎을 포개면/그날 밤 갓 시집 온 신부는 꽃처럼 아름다운 첫 아일 가질 것입니다/그러면 나 혼자 베갯모를 베고/그 소문을 화신처럼 듣는 일입니다”

머나먼 남쪽 해남 땅에서 올라온 그녀가 강의 때마다 즐겨 암송하는 이 시를 눈을 감고 음미하면서 윤 작가와 나는 동병상련의 소통을 이룰 수 있었다. 소통하는 삶,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이를 만나는 순간이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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