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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철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 회장

 

누구에게나 따뜻한 울타리가 필요하다. 개인이든, 가정이든, 단체든, 사회든 예외일 수 없다. 복지 전령사인 사회복지사도 마찬가지다. 근무환경이나 처우, 지위, 신분이 보장돼야 진정한 복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부당한 처우를 바로잡고, 자존감과 자긍심을 심어주어 양질의 복지서비스를 이끌어내는 울타리 같은 존재가 있다.

조승철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경사협) 회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치러진 직접 선거에서 당당히 합격점수를 받았다. 그것도 사회복지사의 ‘강한 울타리론’을 들고 나왔다. 제9회 경기도사회복지사대회를 앞두고, 그동안 현장에서 겪은 사회복지사로서의 진솔한 얘기를 들어봤다.

“경기도 시·군을 순회하면서 대회를 치르고 있습니다. 그래야 지회 위상이 올라가죠. 올해부터는 사회복지대상도 만들었어요. 시·군을 직접 평가하여 대상을 수여함으로써 협회 위상을 제고했습니다. 내년에는 시·군의 관심이 조금 더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조승철 회장이 성대한(?) 경사협 대회를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31개 시·군 지회 설립을 정책적 목표로 설정한 것이다. 전 지역에 지회가 있는 협회와 그렇지 않은 협회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 차이가 자못 크다. 무늬만 사회복지사가 아니라 정신과 뼛속까지 사회복지사인 진성회원을 배가할 수 있는 구심점도 된다.

그래서 올해는 사회복지대상을 신설했다. 조 회장은 “대상의 경우 사회복지 시책 평가가 아닌 사회복지사에게 기여한 바를 집중적으로 평가했다”면서 “특히 단체장과 공무원들의 의지가 어느 정도이냐를 평가대상에 감안했다”고 공적서 일괄 평가 방식으로 진행됐음을 밝힌다. 그 결과, 영광의 대상은 과천, 남양주, 성남, 수원, 평택에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군의 로비(?)도 있었다고 귀띔한다. 성대한 대회가 협회의 위상 제고로 연결됐다는 방증이다.

현재 사회복지사 보수교육비가 지원되는 곳은 성남, 고양, 평택 등 7군데에 불과하다. 법정의무교육인 보육교사는 교육비가 지원되는 데 반해 사회복지사는 상황이 다르다. 자격증 유지가 아닌, 자질 향상을 위한 교육인데 대부분의 시·군에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런 만큼 협회의 위상을 높이고, 시·군의 관심도를 높여야 지원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자치단체장이 당연하게 해 줘야 하는 건데도 불구하고 마치 사회복지사 교육이니 협회에서 알아서 하라는 생각들을 갖고 있는 게 문제고요. 그래서 단체장과 의회의 공감대 형성이 꼭 필요합니다.”

단적인 사례가 성남시다. 보수교육비 지원안이 지난해 시의회에서 부결됐다. 이에 그는 “말이 안 된다, 이거는. 어떻게 공적 영역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를 위한 보수교육비를 의회에서 부결시킬 수 있느냐”며 항의성 공문을 보냈고, 올해 추경에서 통과되는 개가를 올렸다. 이를 근거로 올해 안에 10개 지회 지원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쉼지원사업은 조 회장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공무원들에게는 공무연수, 복지기관 종사자에게는 휴가의 기회가 제공되면 협회에서 소정의 휴가비 지원을 통해 사회복지사들이 힐링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는 거다. 복지제도 시행 이후 사회복지사 평균 경력이 10년 이상 되다 보니 일반 초임에 해당하는 3년 이하는 상대적으로 기회가 없는 탓이다.

그는 쉼지원사업과 쌍두마차 식으로 ‘음악과 함께 하는 힐링캠프’ 개최 계획도 갖고 있다.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직접적인 사업들을 펼치기 위해서다. 사회복지사들에게 위로가 되고, 협회가 든든한 보호막이라는 심리적 안정 효과도 노리고 있다.

작년 사회복지사대회의 2부 행사 때 넌센스를 공연했다는 그는 “올 가정의 달을 맞아 오케스트라 80인조 연주를 통해 힐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경기도문화의전당에 1천석을 확보했다”면서 “협회가 심신의 치유를 통해서 회원 스스로 자긍심과 자존감을 높이는 구심점이 되겠다”고 강조한다.

그가 내놓은 공약 중 단일급여안 마련이 가장 난관이다. 교사, 경찰 등 공무원처럼 단일급여체계를 만드는 작업을 이른다. 한데 노인·사회·장애인 복지관 그리고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이 급여체계를 바로 잡지 않고서는 이직률도 낮출 수 없고 그로 인한 양질의 사회복지서비스도 기대하기 어렵다.

조 회장은 “한 부서,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함으로써 노하우가 생기고, 스스로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는 역량을 키워 갈 수 있다”면서 “의료서비스의 경우 좋은 의료기기를 들여왔는데, 정작 그것을 운용할 수 있는 의사가 없는 경우와 똑같다”고 강조한다. 그 첫 단추가 단일급여체제라는 것이다.

경기도가 단일급여안을 만들어 시·군에 지침을 내려주면 되니 열쇠는 도가 쥐고 있는 셈이다. 상위법인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복지사 등의 보수를 사회복지공무원 수준에 도달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반기에 공청회나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슈화를 통해 정치권에서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도록 협회가 정책기능을 다한다는 복안이다.

이러한 단일급여안은 사회복지사의 전문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사회복지사 1, 2급은 전문가, 비전문가를 구분하는 기준이 아니다. 법정 영역에 근무할 수 있는 자격조건에 불과하다.

그동안 사회복지는 기초수급 등 미시적인 영역에서 사회 전반에 걸친 영역으로 양적, 질적인 팽창을 거듭해 왔다. 다시 말해 그 영역에 필요한 전문 기술과 역량을 갖춘 전문사회복지사 양성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단적인 예가 정신보건 분야다. 의사처럼 소정의 연수 기간을 거쳐야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진다. 그래서 사회복지사도 노인, 아동, 장애인, 정신보건, 부랑·노숙인, 결핵·한센, 지역자활 분야의 전문사회복지사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올 들어 사회복지공무원 3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런데도 사회적 공론화도 없고, 대안도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조 회장은 김문수 지사에게 “사회복지공무원들을 위로해 주는 자리가 필요하다”며 경기도사회복지행정연구회 회장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 간담회에서 김 지사로부터 ‘경기도가 할 수 있는 건설적인 건의사항은 대책을 만들어 즉시 시행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기도 했다.

그의 생각은 좀 다르다. 사회복지공무원도 철저하게 사회복지사로서의 가치를 강화할 수 있는 보수교육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다른 개념입니다. 공직에 가면 사회복지사가 아닙니다. 업무만 사회복지지 일반인이나 정치인이 바라봤을 때는 공무원이죠. 현장 사회복지사와 다르게 함부로 대하다보니 자괴감이 컸을 겁니다.” 그래서 사회복지공무원들도 직무교육 안에 보수교육 8시간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경기도지사에게 요구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한국지역복지봉사회 이사장도 맡고 있다. 1997년 IMF 시절에 설립된 이 봉사회는 소외된 이웃과 진정으로 사랑을 나누고, 평등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탄생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이 단체는 자원봉사와 노인복지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그는 “평등·사랑·나눔을 위하여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 사이에서 연결 조정 관리하며 전문적으로 사회복지를 실천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한마디로, 자원봉사를 통한 지역사회에 소외된 이웃들에게 복지 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해 만든 보건복지부 공익법인이다.

6·4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거취를 물었다. 제도권에서 조례 제·개정을 통한 직접 관여가 경사협 회장보다 더 효율적이지 않은지를. 돌아온 답변은, 경사협 회장 출마 때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며 웃음 짓는다. 경기도의원 비례에 출마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고. 그런 그에게도 과거 두 번에 걸쳐 공천 제의가 있었다. 그는 “30대 때도 사회복지사 한다고, 지난 지방선거 때도 사회복지사 한다고 ‘노’ 했다”고 밝힌다.

대신 경기도의원 비례 배출을 위한 위원회를 금년 하반기에 구성할 계획이다. 협회장에 당선된 뒤 현장에서 사회복지사가 정치인들에게 편향되게 도구화되는 것을 보면서 사회복지사의 단합된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한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계획을 갖고 있느냐는 거듭된 질문에는 “이번에 추진하는 비례는 아니고, 다른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능하다”고 말을 아낀다.

경사협 회장을 맡고 나서는 그의 공약대로 ‘할 말 하는 사회복지사’가 됐다. 도 기관장 시절에는 9급부터 공무원은 모두 갑의 관계이다 보니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한마디로 언급할 수 없었다. 그 시절과 비교하면 경제적인 면에서 차이가 많지만, 취임 이후 사회복지사의 힘 있는 울타리가 되면서 자연 말이 많아졌다.

“얼마 전에 가평에서 부당하게 해고 아닌 해고를 당한 분이 있어요. 그 분한테 도와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저희가 민사 변호사를 대리해서 5월에 재판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 사회복지사가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는 협회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사회복지사인 것이 자랑스럽다’는 말을 회원인 사회복지사로부터 직접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조 회장. 어느덧 그의 ‘강한 울타리론’이 각각의 회원들에게 보이지 않는 강한 힘으로 다가가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사진 노경신 기자 mono316@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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